스티브잡스의 현실왜곡장

스티브 잡스에 대한 동료들의 평가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잡스는 주변에 현실 왜곡장(reality distortion field)을 펼치는 능력이 있다. 분명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그가 말하면 말이 되는 것처럼 보이며, 그는 주변 사람들이 그것을 믿게 만든다.

이게 대체 뭔 소리인지 잡스와 같이 일해 보지 않은 나는 체험할 수 없었지만, 오늘 아이폰4의 안테나 결합과 관련하여 잡스의 기자 회견을 보면서 잡스의 현실왜곡장을 느낄 기회가 있어 적어 본다.

아이폰4 안테나 관련 기자회견 1/4, 2/4, 3/4, 4/4 보기

2010. 07. 16 애플의 Conference 중 캡쳐

 

스티브 잡스는 오늘 아이폰4의 안테나 결함과 관련하여 온라인에서 알려진 것과 다르게, 실제 아이폰4를 쓰는 고객들은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며 위와 같은 데이터를 제시했다.

  • AppleCare를 통해 0.55 %의 고객들이 안테나와 관련된 불만을 접수
  • 아이폰4를 가장 많이 판매하고 있는 미국 통신 업체 ATT의 아이폰4 반품률이 아이폰3GS의 1/3 수준
  • ATT에서 제시한 아이폰4의 통화 실패률(?)이 아이폰3GS 대비 고작 1% 증가

여기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불만을 제기한 0.55 %밖에 되지 않는다?

온라인에서는 시끄럽지만, 실제 안테나 관련 불만을 토로한 고객들은 고작 0.55%에 불과하다는 주장. 0.55%가 절대 수치로 보면 작아 보이지만, 제대로 비교하려면, 안테나와 관련하여 큰 문제 없이 팔려 나갔던 아이폰 3GS와 비교해야 한다. 만약 아이폰3GS에서는 안테나와 관련된 불만 사항이 0.1% 미만이었는데, 아이폰4에서 0.55% 라면 이것은 큰 문제가 아닐까?

아이폰4 반품률은 아이폰3GS의 1/3 수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미국은 구입한 뒤 30일 이내면 아이폰4의 환불이 가능하다고 한다. 잡스도 기자회견을 통해 그래도 우리 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30일 이내에 언제든지 환불해 주겠다고 밝혔으니 30일 이내면 큰 문제없이 환불을 받을 수 있나 보다.

자, 그럼 아이폰4는 언제 출시되었을까? 미국에서 아이폰4의 공식적인 출시일은 2010년 6월 24일로 아직까지 고작 3주 밖에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물량 부족과 애플의 마케팅 전략으로 인해 대부분의 초기 구입자들은 애플 샵에서 하룻밤을 지새거나, 몇 시간 줄을 서서 구매한 사용자들일 것이다. 만약 당신이 어마어마한 고생을 해서 얻은 전자제품이 있는데, 4주 동안 공짜로 써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1~3주 만에 반품을 하겠는가? 실제 문제가 있는 제품이라 하더라도, 고생해서 얻은 제품인 만큼, 4주 무료 체험 기간을 다 활용하고 반품할 가능성이 크다.

잡스는 발표에서 아이폰 3GS의 반품률은 6.0 %, 아이폰4는 1.7% 라고 밝히며, 아이폰4는 아이폰3GS의 고작 1/3 수준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비교를 위해서는, 아이폰 3GS의 정확히 출시 3주차 때 반품률과 현재 반품률을 비교 해야 된다고 본다. 저렇게 early shipments 라고 뭉개 놓으면 정확한 시점을 알 수가 없다. 실제 출시 아이폰4에 문제가 있고, 반품 제한인 30일이 다가오는 출시 4주 차에서는 아이폰4의 반품률이 크게 치솟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의 마술사라 불리는 스티브 잡스는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절대 수치와 상대 수치를 그럴듯하게 가져다 붙여 전 세계 언론들을 상대로 현실왜곡장을 펼치고 있다. 같은 수치를 가지고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능력은 확실히 배울 만 하지만, 정말 아이폰4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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