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양심을 지켜라.

병역특례 문제로 시끄럽던 싸이. 애당초 음악을 전공(?)했다는 싸이가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한 것 자체도 이상하지만, 그냥 조용히 복무를 했다면 모를까, 군인 신분으로 음반도 내고, 공연도 하고 할 때 부터 조금 불안하더니 결국 어제는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대담하면서도 솔직한 의견 표현과, 신나는 노래, 화끈한 무대매너로 그에게 반한 한 명의 팬이지만, 그래도 컴퓨터공학도로써 이건 좀 아니다 싶어서 글을 써 본다.

"싸이는 프로그램 개발업체에서 병역특례 근무를 했지만 실제로 프로그램 개발 능력이 없었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어제 싸이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검찰의 브리핑 내용이다. 소프트웨어 개발로 병역특례를 마친 싸이가 검찰조사에서 프로그램 개발 능력이 없다고 인정을 했으니, 병역특례 자체가 무효가 되고, 싸이는 다시 현역으로 복무해야 할 판이다. 그런데 오늘 싸이의 변호인측에서 다음과 같은 논리를 폈다.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는 단순히 프로그램 제작만이 아니라 전 단계인 소프트웨어 기획 업무 및 그 다음 단계인 테스트 업무를 포함하는 것"

즉, 싸이가 맡은 업무가 소프트웨어 개발에 포함되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논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시간에 쫓겨 무턱대고 일단 코딩부터 하고, 일단 돌아가기 시작하면, 보고서 작성하기에 급급해 제대로된 테스트도 안 해보는 학생들에게 교수님들께서 주로 하시는 말씀이 있다. 제대로된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코딩이 중요한게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만들 것인가를 결정하는 소프트웨어 기획, 오류를 잡아내고 테스트 하는 단계가 더 중요하다고.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획과 테스트를 등한시하는 프로그래머들을 대상으로 하는 말이고, 소프트웨어 개발에  프로그래밍의 중요성은 말 할 필요조차 없는 것이다. 프로그램이 없다면 애초에 무엇을 기획하고, 무엇을 테스트 한다는 말인가?

'소프트웨어 공학의 소개'라는 책에 소프트웨어 개발이 어떻게 정의되어 있는가가 중요한게 아니고, 현업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보통 개발자라함은, '프로그래밍 언어'라는 도구를 가지고 '프로그램' 자체를 개발하는 사람을 말하고, 싸이가 주장하는 기획이나 테스트를 하는 사람들은 기획자, 테스터라고 부른다.

병역특례 관련 법률에 소프트웨어 개발이 어떻게 정의되어 있는지는 모르지만, 병역특례의 취지가 특정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일정기간 해당전문분야에 종사하여 군복무를 대신함으로써, 국가 발전에 필요한 학문과 기술 연구에 도움이 되라는 것에 비춰볼 때, 사실 아무나 할 수 있는 테스트 업무를 수행해 놓고, 대체 복무를 주장하기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물론, 소프트웨어 기획이나 테스트 업무도 제대로 하려면 당연히 어렵다. 하지만 프로그래밍에 대한 지식이 없는 싸이가 그정도 레벨의 기획이나 테스트를 수행하지는 않았으리라고 본다.)

언제나 당당했던 싸이. 다시 당당하게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다시 팬들 앞에 선 그의 모습을 기대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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