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 독서노트
- 2017.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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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p. 레그스나 던킨도너츠처럼 친숙한 기업에 투자할 때의 장점은 스타킹을 신거나 커피를 마셔보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월스트리트의 분석가들이 하는 기본적 분석을 하고 있는 것과 같다는 점이다. 매장을 방문해서 제품을 시험하는 일이 증권분석가 업무의 핵심요소에 속하기 때문이다.
96p. 내가 생각하기에는 효율적 시장 가설과 랜덤워크 가설을 통합하는 것도 어려워 보였다. 효율적 시장 가설이란 주식시장의 모든 정보는 주가에 반영되기에 주가는 항상 합리적이라는 것이고, 랜덤워크 가설은 그와 반대로 시장의 등락은 원래 비합리적이며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시장이 합리적이라고 보기 힘든 이상한 움직임을 이미 많이 목격했다.
120p. 당신이 투자하는 동안 플린트 부사장처럼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분기 실적을 꼬집어 비판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고, IBM 대신 에이전시 렌터카 주식을 매수했다는 이유로 들볶일 일도 없을 것이다. 또한 당신은 어떤 종목의 매수 이유를 설명하느라 일과 시간의 4분의 1을 소모할 필요도 없다. 이름이 'R'로 시작하는 회사 주식을 사든, 6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주식을 사든, 노동조합이 활발한 회사의 주식을 사든 당신의 투자를 막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중략..) 그러나 투자 전문가는 11달러에 매도한 주식을 절대로 19달러에 다시 매수할 수 없다. 그렇게 했다가는 증권 단말기를 몰수당하고 만다.
369p. 따라서 우리는 시장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장기간 보유할 주식으로는 비교적 이익률이 높은 종목을, 그리고 성공적인 회생주 중에서는 비교적 이익률이 낮은 종목을 발굴해야 한다.
461p. 내 입장에서 볼 때 이 5만 명의 전문투자자들을 대개 옳다. 하지만 전형적인 주식 움직임의 마지막 20퍼센트에 대해서만 그렇다. 줄곧 출구만 날카롭게 지켜보면서 이들이 연구하고, 주장하며, 뒷받침하는 그 모든 말 중 마지막 20퍼센트만 옳다는 말이다. 결국 재빨리 돈을 챙겨서 출구 밖으로 달아나려는 속셈이다.
1. 일단 책이 두껍다. 읽어도 읽어도 끝이 안 나는 덕분에 다 읽느라 고생을 좀 했다 ㅠ.ㅠ (이북으로 살껄..)
2. 예전에 가치 투자 책을 읽었을 때와 비슷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서 그렇게 막 새롭지는 않았다. 그런데 책들이 나온 시점을 보면, 아마도 이 책이 원조가 아닐까 싶다.
3.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현재 시점'에서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읽히기에 좋은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단 예제로 나오는 기업들이 대부분 미국 기업들이고, 시점이 너무 오래되었다. 저자는 본인의 이론을 설명할 때, 그 이론에 해당이 되는 여러 기업들의 주가를 예로 드는데, 대부분이 모르는 기업이고, 당시 시대적 배경을 모르다 보니, 별로 공감이 안 가는 경우가 많다. 동시대의 우리 주변 기업들 이야기라면, 훨씬 더 흡입력이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인 저자가 쓴 가치 투자책을 추천한다!)
4. 그리고 내가 너무 공대 논문처럼 까칠하게 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예를 들어 A라는 이론이 있다! 이 이론에 해당하는 A, B, C 기업은 각각 주가가 2배, 3배, 7배나 뛰었어! 이런 식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전혀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본다. 하다못해 해당 이론에 해당하는 기업이 N개 있었고, N개 기업 중 90% 정도가 동일 기간 동안 시장 평균 수익률보다 50% 나은 흐름을 보였다. 적어도 이 정도는 나와야 설득이 될 텐데, 이 책은 그런 거 없다.
5. 그래서인지 저자도 뒷부분으로 갈수록 사실 반대되는 경우도 있음~~ 조심해~~ 라고 알려줄 때가 많다. 그런데 이렇게 되어 버리면 애초에 일반인이 이 이론을 적용하기가 애매해진다. 예를 들어, 기업의 자산 보다 해당 기업의 시가총액이 낮은 경우가 있다. 이런 기업들의 주식(자산주)을 사라! 라고 알려주고 실제 몇 가지 기업 사례들을 들어준다. 일견 들으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막상 적용해 보려면 쉽지 않다. 회사가 자산의 가치를 엉터리로 평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6. 좀 다른 얘기지만, 가끔 금융권에 있는 친구들에게 개인들 보다 시간도 많이 쓰고, 정보도 많고, 운영할 수 있는 돈도 많은 전문투자자들을 애초에 개인이 이길 수 있냐? 고 물었을 때, 막상 전문투자자들의 그들만의 애환(?)을 듣곤 했었는데, 저자의 불평을 듣고 있노라면, 1980년대나 지금이나 상황은 비슷하구나라고 느꼈다. 그러면 결국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면서 규모가 있는 사모 펀드가 가장 유리한 것 아닌가? 하는 뻘 생각이 들었다. ㅋ
7. 결국 주식은 얼마에 사서 얼마에 파는가? 하는 문제인데 저자의 주장을 요약하면, "정량적인 지표를 기반으로 정성평가를 하라"라는 얘기로 들린다. 그런데 정성평가로 매도가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마는, 애초에 그게 된다면 다들 워런 버핏이 되어있겠지.
여러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주가를 파동이니, 패턴이니 이렇게 분석해서 투자하라는 책들보다는 훨씬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의 내재적 가치를 평가하고, 상대적으로 싸게 평가된 기업의 주식을 사서, 시장이 그 기업을 평가해 줄 때까지 기다려라. 그런 기업들은 몇 가지 수치를 통해, 그리고 주변에서 의외로 쉽게 발굴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몇 가지 아쉬움 들 때문에, 나는 이 책의 이론들을 더 발전시키고, 그리고 우리가 이해하기 쉽도록 쓰인 좋은 한국판 가치 투자책들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