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 by 스기모토 다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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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결코 세상을 바꿀 대단한 발명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보다 나은 특별한 능력이 단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패러다임 시프트의 방향성과 그 시기를 읽는 능력입니다. 눈앞의 2~3년 돈벌이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10년 후나 20년 후에 꽃 피울 사업을 씨앗 단계에서 구분해내는 능력이 제게는 있습니다. 또한 그에 대한 리스크를 감수할 능력도 다른 사람보다 강합니다."
  • 손정의에게 암(ARM)이 가지고 있는 기술은 곧 다가올 IoT 시대의 철포와 같은 것이다. (중략) 1995년 인터넷이 폭발적으로 보급될 것이라고 예견했을 때 손정의가 실리콘밸리에서 발견한 철포는 야후였다.
  • "손정의는 무엇을 발명했는가, 라고 누가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칩도 아니고 소프트웨어도 아니고 하드웨어도 아닙니다. 300년 동안 존속할 조직 구조를 발명했습니다."
  • 시대와 기술의 변화에 따라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고,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꾸는 기업 연합. 그것이야말로 손정의가 군 전략에서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다. 투자는 어디까지나 이를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 손정의가 사우디 무하마드 빈 살만 황태자에게 "20세기에 신은 폐하에게 최고의 선물을 주셨습니다. 바로 석유입니다. 21세기에 신이 제게도 그런 선물을 주신다면, 딱 한 가지 받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바로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수정구슬입니다." (중략) "전 최근 암(ARM)이란 기업을 매수했습니다. 앞으로 20년 동안 암이 만든 반도체 칩 1조 개가 세계 곳곳으로 퍼지도록 할 예정입니다. 그것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무엇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것이야말로 21세기의 수정구슬이 되지 않을까요? 즉, 신은 다시 한번 폐하에게 최고의 선물을 주실지 모릅니다."
  • 손정의는 소프트웨어 유통을 장악할 수 있는 회사를 세우기로 마음먹었다. 마치 은행에 돈이 모잇듯 소프트웨어가 모인다는 의미에서 사명은 '소프트뱅크'로 정했다.
  • "넷버블 그건 정말 대단했습니다. 제 개인 자산이 일주일에 1조 엔씩 늘어나던 시기였습니다. 빌 게이츠보다 더 자산이 많았던 적도 3일이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 되면 돈 따위는 관심도 없어집니다. 물건을 사겠다거나 갖고 싶다는 생각이 완전히 사라집니다. 집을 사고 싶다거나 차를 사고 싶다는 마음도 없어지죠. 그런 기쁨이 사라지면 사람이 좀 이상해져요."
  • 'devil's advocate', 즉 '악마의 대변자'라는 발상이다. 이는 모두가 찬성할 때 반대 의견을 제시하면서 토론을 활성화시켜 다른 대안을 모색하는 역할을 뜻한다. (중략) "어디까지나 정답을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이지 단순히 반론을 위한 반론은 아닙니다."
  • "사장님. 이대로라면 자전거 조업(무리하게 조업을 해 자금을 회전시켜야 도산하지 않는 불안정한 경영 상태를 페달을 밟지 않으면 넘어지는 자전거에 비유한 표현이다.)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심각함을 호소하는 재무전문가 후지하라에게 손정의는 이렇게 대답했다. "자전거 조업? 그럼 그걸 해결할 좋은 방법을 생각해봐. 페달을 좀 더 세차게 밟는 것도 괜찮겠군." 실로 사나이다운 발상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
  • 갑자기 돈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었나?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되자 인생의 기쁨이라든가, 가슴 뛰며 뜨겁게 살아 있다는 느낌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중략) 넷버블이 꺼지자 심지어 저를 따돌리고 자기네끼리 수군거리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전 내심 '두고 보자'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막상 그런 상황으로 몰리자 제 안에 살아 있다는 감각이 돌아왔습니다.
  • "난 사장님을 잘 알아. 기대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선 그렇게까지 화내지 않아." (중략) "난 자네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네."
  • "꿈이란 소년소녀 시절에 품는 희미한 기대야. 하지만 뜻은 단단한 결의야. 알겠나, 손군. 꿈으로는 안 되네. 뜻을 세워야 하네."

그동안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손정의라는 사업가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얕게 나마 알게 되었다. 그리고 책이 마치 소설책처럼 술술 읽혀서 좋았다. 

저자에 따르면 손정의는 거의 스티브 잡스 수준의 현실 왜곡장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말이 안 되는 소리인데, 유독 그가 말하고 우기면 홀린 듯이 현실처럼 믿게 된다는 스티브 잡스의 현실 왜곡장. 손정의 또한 달변이고, 다른 사람을 이성적으로, 감성적으로 설득하는 프레젠테이션을 정말 잘한다는 에피소드가 꽤 많이 나온다. 그는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처럼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지는 않았지만, 투자자를 모으고, 외부 비즈니스 파트너들을 설득하고, 필요한 사람들을 소프트뱅크로 합류시켜 함께 비즈니스를 이루었고, 많은 성공을 만들어 냈다. 심지어 사우디의 왕세자마저도 10분 만에 홀리게 만든 그의 매력은 도대체 무엇일까. 혹시라도 기회가 되면 직접 한 번 꼭 만나서 이 부분을 알아보고 싶다.

그의 더 대단한 점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을 때, 현실을 지키고 싶은 생각이 들법도 한데, 끊임없이 도전을 이어나간다는 점이다. 창업 초기야 당연히 잃을 게 없으니 마음껏 도전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사업이 성공궤도에 오르면, 지킬 것이 많아지고, 이해관계자들이 늘어나니, 기존의 틀을 깨는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일본에서 초고속 인터넷 사업과 이동통신사업에 도전하여 성공시켰고, 미국에서 이동통신사를 인수하는가 하면, 이제는 영국의 ARM을 인수하여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심지어 로봇사업, 전력망 사업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그 끝은 어디일까 싶다. 본문을 보면, 이미 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초월한 듯한데, 그를 계속 뜨겁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사람을 보는 그의 안목이 부럽다. 지금의 손정의를 있게 한 가장 큰 투자 중 하나는 알리바바 그룹에 투자한 것이다. 저자가 취재가 부족한 것인지, 실제가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손정의가 초기 알리바바에 투자하게 된 이유는 그냥 창업자인 잭마에 대한 매력인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투자는 어마어마한 성공을 이뤄냈다. 그 외에 그룹 내에서 필요한 사람을 필요한 곳에 배치하는 그의 용인술에 대한 이야기도 종종 나오는데, 어떻게 '될만한' 사람을 알아보는지 그 부분도 참 궁금하다.

그 외 책을 보면, 평소에 궁금했던 IT 비화들이 종종 나와서 흥미를 돋운다. 손정의는 도대체 어떻게 사우디를 끌어들여, 그렇게 엄청난 규모의 비전 펀드를 만들 수 있었을까? ARM은 어떻게 사게 된 것일까? 이왕이면 쿠팡에 투자한 이야기도 나왔으면 좋으련만, 책은 거기까진 다루지 않는다.

책에 대해서 아쉬운 점을 말하자면, 이 책은 손정의가 직접 쓴 책이 아니다. 그런데 마치 그가 쓴 것처럼, 주요 미팅에서 그가 했던 발언들이 그대로 소개되어 있다. 이건 아무리 여러 인터뷰를 했다지만, 신문기자인 저자의 상상력과 각색이 일부 들어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편집을 하다 보니, 가끔은 손정의를 너무 근거 없이 띄워주는 부분도 있다. 또한 손정의의 실패한 투자, 사업 사례들도 많았다고 나오고, 이런 부분들을 통해 배운 점들도 어마어마하게 많을 텐데, 이런 부분들은 아쉽게도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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