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itive 규제를 negative 규제로 바꾸면 다 해결될까?

지난번 모임에서 관련된 내용이 나와서 생각을 한 번 정리해 본다. 보통 규제 혁신이나 개혁을 이야기할 때 (특히 스타트업에서) 우리나라는 규제가 너무 복잡하고 많아서 (혹은 명확하지 않아서) 사업하기가 어렵다고들 많이 이야기한다. 단순히 규제의 양에 관한 문제는 아니고,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법에 "~~ 을 하시오"라고 나와 있는 것만 해야 하고(positive 규제), 그 외의 것은 불법이다. 이러다 보니, 법이 아직 채 따라가지 못한 신기술, 신산업에 과감히 도전할 수 없고, 이를 통한 혁신도 어렵다. 이와 반대되는 사례로 보통 중국과 미국을 많이 언급하는데, 이 두 나라는 "~~ 을 하지 마시오"라고 불법으로 규정한 것 외에는 기본적으로 다 합법이고, 해도 된다. (negative 규제) 그러다 보니 규제를 따지기보다는, 이 사업이 성공할 수 있을까? 에 대해 고민하고, 된다 싶으면 과감히 도전하고, 시장을 키운다. 그리고 정말 그 사업들이 충분히 성장했을 때, 그때서야 필요하다면, 정부가 나서서 규제를 만든다. 

이런 바탕에서 우리나라도 혁신을 위해서는 "~~을 해도 된다" 위주의 positive 규제 대신, "~~ 을 해서는 안된다"와 같은 negative 규제로 바꾸자는 이야기를 많이들 한다. 정말 이것만 바뀌면 다 해결이 될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1.   우리나라는 뭔가 문제가 터지면, 사람들이 "정부는 이걸 미리 규제하지 않고 뭐했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정부가 모든 문제에 대해 만능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되지만,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정부를 바라본다.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가져서인지, 언론도 마찬가지로, 이슈가 발생하면 당연한 듯이 정부를 때린다. 그동안 뭐했냐고. 이러다 보니 정부는 모든 문제에 간섭하려고 들고, 나중에 욕을 먹지 않으려고, 지금 명확하게 보이는 것만 허용하고, 잘 모르는 것은 일단 금지한다. 그래야 나중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면피가 되니까.

2. 일단 규제가 생기면, 기업은 대응을 해야 된다. 흔히 말하는 대관업무. 그렇다면 대관업무는 누가 잘할까? 덩치가 작은 기업이야 적당히 아무나 하겠지만, 대기업은 보통 이런 "대관" 업무를 위해 고위공직자를 모셔온다. 혹은 기업의 의뢰를 받는 로펌 등에서 문제를 좋게 좋게 해결하기 위해, 고위 관료를 모셔간다. 정부 입장에서는 어떤 영역에서 규제가 생기면, 현직들이 힘이 생기는 것은 물론, 공무원을 그만둔 뒤에도 갈 자리가 생기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공무원들이) 알아서 규제를 혁신할 수 있을까? 

3. 정부가 가능성이 낮다면, 입법부라도 좀 제대로 기능하면 좋으련만. 한 번 잘 생각 해 보자. "~~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 법을 만들었습니다."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 문제 해결을 위해 있는 법을 없앴습니다~"라는 홍보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단순히 홍보의 문제인지, 혹은 이미 존재하는 법은 여러 영역에 걸쳐 이해관계가 생겨서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어쨌거나 국회의원들의 관심사는 다음에도 당선이 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더 홍보가 잘 되는 새로운 법을 만드는 것, 즉 새로운 규제 생성에 쏠려 있다.

정리하면, 단순히 positive, negative 규제에 대해서 논할 것이 아니고, 정부의 역할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 그리고 미디어의 보도 태도, 은퇴 이후를 생각하는 공무원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 많은 부분들이 바뀌어야 하는데, 무엇하나 쉽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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