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코끼리와 벼룩
- 독서노트
- 2018. 5. 9.
264p. 과학의 획기적인 돌파구(가령 상대성 이론)는 생활 속의 어떤 분야에 있는 아이디어를 빌려다가 생활의 다른 분야에 하나의 비유로 적용할 때 발생한다. 그렇게 한번 해보라. 그러면 낯선 사물을 새로운 방식으로 볼 수 있고 또 기존의 데이터들을 새롭게 연결시켜 새로운 경지로 들어가는 문을 열 수 있다. 프랜시스 크릭과 제임스 왓슨은 이중 나사선이라는 생활 속의 모형을 빌려 유전공학에 하나의 비유로 적용해 DNA의 신비를 풀어냈다.
284p. 우리는 요즘처럼 비료가 발달된 시대에 윤작은 낡은 개념이라고 농부에게 말해주었다. 농부는 이렇게 대답했다. "밭에다 거름을 주기도 해야 하지만 때로는 변화를 줄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밭을 놀려서 쉴 기회를 주어야 해요." 나의 생활 또한 그렇다고 생각한다. 포트폴리오 일은 쉬는 시간이 충분해야 비로소 윤택해진다. 너무 많이, 너무 빨리 쓰면 그 다음 날은 아무것도 못한다.
355p. 중국 속담에는 이런 말이 있다. "행복은 할 일이 있는 것, 바라볼 희망이 있는 것, 사랑할 사람이 있는 것 이 세 가지다." 나는 그 행복을 계획하고 있다.
역시 사람은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봐야 한다. 열심히 읽었지만, 당장 프리랜서 생활이 계획에 없어서일까? 확 와닿는 내용이 없었다. (그래서 part 2는 차마 못 읽고 건너뜀)
저자는 코끼리(대기업)와 벼룩(독립생활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이런 표현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아마도 두 개체의 크기를 감안하여 이런 표현을 사용한 것이 아닐까 싶은데, 사실 벼룩은 코끼리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지만, 독립생활자(프리랜서)는 대기업에게 도움이 된다. 스스로 번 돈으로 대기업 물건 혹은 서비스를 소비하기도 하고, 계약직으로써 대기업이 풀기 곤란한 문제를 해결해주기도 하니까.. 차라리 공생관계에 있는 두 생물을 비유로 들었다면, 조금 더 공감이 가지 않았을까..
저자가 part3에서 열심히 설명하는 포트폴리오 삶이라는 것은 결국 수입의 원천 소스를 다각화하여 안정성을 높이고, 시간의 소비를 카테고리화하되, 조금 더 의미 있는 곳에 사용함으로써 만족도를 높이자는 의미인 것 같다. 그런데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개념이 아닐까? 굳이 프리랜서의 삶이 아니더라도, 대기업 라이프에서도 이 원리들은 부분적으로 적용이 가능하다고 본다.
대기업에 다니던 시절에 나는 회사의 업무 시간과 개인의 시간을 철저히 구분하고, 개인 시간에는 회사 업무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여러 toy project들을 개발하며 시간을 보냈다. 만들고, 공개하고, 만들고 공개하고.. 물론 이런 작업들이 직접적인 부수입(알바;;)이 되지는 않았지만, 이런 활동들이 쌓여 실력이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원하는 회사에 원하는 연봉으로 이직을 할 수 있으니 소득의 안정성을 높이는데 꽤나 도움이 되었다고 본다.
시간의 배분 또한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월 목표들을 설정한 다음, 이를 다시 주/일 단위로 나눈 다음, 매일매일 달성도를 체크하며 보냈다. 당시에 나는 영어를 잘 하고 싶어 매일 최소 1시간씩 영어 공부를 하기로 정했고, 1시간은 개발 공부에 투자했다. 그리고 수요일에는 테니스를 배우는데 시간을 썼고, 목요일에는 기타를 배우면서 시간을 보냈다. 업무 외적으로도 내가 원하는 모습에 점점 다가가니, 당시 삶의 만족도가 꽤나 높았던 기억이 난다.
물론 돌이켜 보면, 나는 운이 좋게도 의무적인 야근 없이 퇴근 이후 시간을 나의 의지대로 활용할 수 있었던 직장들을 다녀서, 이룰 수 있었던 일들이기는 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설사 주 중에 야근에 치여 살더라도, 주말이라도 온전히 나의 시간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준비를 하여야 실제로 나중에 나에게 자유 시간이 많이 주어졌을 때, 정말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이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결국 저자가 이야기 하는 포트폴리오 삶의 원리는 굳이 프리랜서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지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