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시하와 칸타의 장 - 마트 이야기 by 이영도

평점 : ★ / 시하와 칸타의 장

드래곤 라자, 퓨처 워커, 폴라리스 랩소디, 눈물을 마시는 새, 피를 마시는 새, 그림자 자국, 오버 더 초이스, 오버 더 호라이즌까지.. 이영도 작가님의 작품을 꾸준히 챙겨보고, 행복을 느껴왔던 팬 입장에서, 이번에 신간이 나왔다고 하길래, 기쁜 마음에 일단 이북으로 구매를 하고, 주말에 시간을 내어 읽어 보았다. 

보통 이영도 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내 기준에서는 기본적으로 재미가 있고, 상상력의 끝을 알 수 없는 방대한 세계관, 높은 떡밥 회수율, 간간히 터지는 유머, 그리고 적당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주제 의식(?) 정도가 있겠다. 판타지 소설 작가라기보다는 그냥 수준 높은 소설가가 판타지라는 장르를 통해 문학 작품을 써낸다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다. 

그런데 비교적 최근작인 <오버 더 호라이즌>부터 좀 이상함을 느꼈는데, 이번 <시하와 칸타의 장>을 보면서 요즘 작가님이 기본적인 소설의 재미보다는 평단 혹은 수준 높은 팬들의 기대에 너무 신경을 쓰시는 게 아닐까 싶다. 무언가 굉장히 수준 높은 주제 의식을 작품 곳곳을 통해 녹여내려고 하신 것 같은데, 글쎄.. 일단 문제는 너무 재미가 없다.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을 해 보니, 일단 소설이 너무 불친절하다. 판타지라는 장르 특성상, 작가의 상상력으로 새로운 무언가가 나왔으면, 조금 더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묘사나 설명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게 없다. 대단한 떡밥처럼 나왔던 것들도 별다른 설명 없이 그냥 휘리릭 넘어가 버리고, 드래곤과의 에피소드를 통해 좀 이야기에 흥미가 생기려고 하면, 그냥 또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 버린다. 이영도 작가님의 장점인 이야기의 개연성도 별로 없어 보인다. 마지막 결말이 열린 결말이라면 열린 결말 이겠지만, 다 읽고 난 입장에서는 "내가 도대체 2시간 동안 뭘 읽은 거지?"라는 허무함이 앞선다.

그동안 워낙 많은 작품들로 즐거움을 주셨기 때문에, 아직은 팬으로 남아있고 싶지만, 다음 작품부터는 작가님이 힘을 좀 더 빼고, 나처럼 일반 독자들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문학작품으로 컴백을 해 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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