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by 무라카미 하루키
- 독서노트
- 2019. 9. 18.
뭔가 책의 제목부터 썩 나와 맞을 것 같은 느낌이 아니었다. 그래서 일부러 책을 안 사고 도서관에서 빌려왔는데, 책을 읽으면서도 역시 빌리길 잘했다 싶었다. 이런 종류의 책(에세이? 회고록?)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좀 당황스러웠다. 지금까지 나의 독서는 대부분 지식 혹은 정보를 얻거나, 아니면 철저하게 재미와 흥미를 위한 독서였는데! 이 책은 뭐랄까. 나는 이 책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는 걸까?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나마 저자에 대해 알고 관심이 있었다면, 좀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무라카미 하루키 책은 읽어본 적이 없어서.. 독서모임 때문에 억지로 읽긴 했는데, 그래도 이왕 읽었으니 뭔가 남겨보자.
- 65p. 해가 지면 느긋하게 지내며 더 이상 일은 하지 않는다.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하며 편히 쉬면서 되도록 빨리 잠자리에 든다. 대체오 이런 패턴으로 오늘날까지 매일의 생활을 하고 있다. 그 덕택에 20년 정도 매우 효율성 있게 잘 지내왔다고 생각한다.
- 75p. 그때 나는 "세코 씨 같은 레벨의 마라토너도 '오늘은 어쩐지 달리고 싶지 않구나. 아, 싫다. 오늘은 그만둬야지. 집에서 이대로 잠이나 자고 싶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까?"라고 질문해보았다. 세코 씨는 말 그대로 눈을 크게 뜨고는, '무슨 그런 바보 같은 질문을 하는 거야'라는 어조로 '당연하지 않습니까, 늘 그렇습니다!'라고 말했다.
- 116p. 계속 달려야 하는 이유는 아주 조금밖에 없지만 달리는 것을 그만둘 이유라면 대형 트럭 가득히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그 '아주 적은 이유'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단련하는 일뿐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부지런히 빈틈없이 단련하는 것.
- 128p. 세상에는 때때로 매일 달리고 있는 사람을 보고, "그렇게까지 해서 오래 살고 싶을까" 하고 비웃듯이 말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이지만 오래 살고 싶어서 달리고 있는 사람은 실제로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설령 오래 살지 않아도 좋으니 살아 있는 동안은 온전한 인생을 보내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달리고 있는 사람이 수적으로 훨씬 많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든다. 같은 10년이라고 해도, 멍하게 사는 10년보다는 확실한 목적을 지니고 생동감 있게 사는 10년 쪽이, 당연한 일이지만 훨씬 바람직하고, 달리는 것은 확실히 그러한 목적을 도와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 257p. 진정으로 가치가 있는 것은 때대로 효율이 나쁜 행위를 통해서만이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공허한 행위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결코 어리석은 행위는 아닐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실감으로써, 그리고 경험칙으로써.
나는 평소에 오랫동안 달려본 적이 없다. 학교를 다닐 때 체력 검정을 할 때에도 마지막 오래 달리기는 언제나 힘들었고, 그렇게 성적도 좋지 못했던 걸로 기억한다. 오히려 순간적으로 고생하고 끝나는 단거리 달리기 성적이 더 좋았던 것 같다. 나이가 들어서도 헬스장에서 러닝은 그나마 TV 예능 프로그램을 가득 담아둔 핸드폰과 에어팟이 없으면, 30분도 채 달리기가 힘들었다. 체력적인 문제라기보다는 (물론 체력적 문제도 있지만;;) 너무너무너무 지루해서? 도대체 뛰면서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혼자서 자신을 갈고닦는 달리기 같은 운동보다는 누군가 상대가 있고, 죽을 만큼 힘들더라도, 나의 움직임(?)을 통해 승패가 갈리고, 이를 통해 기쁨과 슬픔을 느낄 수 있는 운동이 지금은 더 좋다. 그래서 지금은 테니스를 열심히 하고 있기도 하고.
이 책을 읽다 보니 언젠간 저자처럼 뛰면서 무아지경에 빠지는 경험을 해 보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나는 20km, 30km씩 달릴 자신이 없어서.. 과연 내 인생에서 이렇게 오래 달리는 경험을 할 기회가 있을까 싶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