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인터넷 사용량을 알려주지 않는 KT

지난 9월 아이폰을 구매할 때에, 요금제를 고민하다가, 어차피 만원 밖에 차이가 안 난다는 생각에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i-밸류)를 신청했더랬다. 그리고 내가 3G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면, 계속 무제한 요금제를 쓰고, 그렇게 많이 사용하지 않으면 한 단계 낮은 등급인 i-라이트 (3G 데이터 500 MB 지원) 로 바꿀 생각이었다.

KT는 미니고객센터라는 아이폰 어플을 통해 실시간으로 해당 월의 음성/무선인터넷/문자 사용량을 보여준다. 그리고 남은 무료 사용량도 표시해주기에, 고객이 자신의 사용량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여기까지는 KT가 참 잘한 부분.

그런데 이상한 점은 음성 및 문자의 실시간 사용량은 잘 표시가 되는데 반해, 무선 인터넷 사용량은 따로 표시가 안 된다는 점이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사용할 때의 미니고객센터
무선 인터넷 사용량은 따로 표시가 안 됨.

 

그러던 차에,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3G 데이터를 500 MB 까지 사용하는 것 같지 않아서, 한 단계 낮은 i-라이트 요금제로 바꾸었다. 신기한 건, i-라이트 요금제로 바꾼 뒤부터는 무선 인터넷 사용량이 실시간으로 잘 표시 된다는 점이다.

i-라이트 요금제를 사용할 때의 미니고객센터
무선 인터넷 사용량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됨.

 

마찬가지 상황에서 요금제를 변경한 내 여자친구의 아이폰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사용자에게는 실시간으로 데이터 사용량을 보여주지 않는 것은 어플의 문제라기 보다는 KT의 정책인 듯 하다.

KT의 입장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실시간으로 고객들의 무선 인터넷 사용량을 측정하고, 이를 다시 고객 별로 분리하여 보여주는 것은 분명 비용이 드는 일이다. 어차피 무제한 데이터 이용 고객들은 굳이 데이터 사용량을 보여줄 필요가 없으니, 해당 고객들의 데이터는 실시간 처리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비용 절감을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신청한 고객들이 자신의 데이터 사용량을 확인하고, 다시 낮은 요금제로 옮겨가는 것을 막기 위한 KT의 꼼수라고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실제 주변을 살펴보면, 3G와 WiFi의 데이터 사용량을 정확히 이해하고, 자신에게 맞는 요금제를 선택하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신청한 일반적인 아이폰 사용자들은 “혹시나”하는 마음에, “대리점에서 추천해서”, 아직 자신의 사용패턴을 모르는 상황에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신청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신의 주변 환경 (집/학교/회사 등)에 WiFi AP가 존재하고, 이동하면서, 뉴스, 이메일, 지도등을 확인하고, 가끔 게임을 하는 정도의 라이트 유저라면 대부분 무선 인터넷 사용량 500 MB를 넘기기 쉽지 않다. 이러한 라이트 유저들은 굳이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필요 없다. 하지만 KT는 쉽게 그러한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다.

KT의 데이터 무제한 가입 고객이 10월에 이미 5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정말 고객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KT는 다시 한 번 고민해 보길 바란다.

 

ps) 아이폰의 경우 폰 자체의 설정 메뉴에서 3G 데이터 사용량을 보여주므로 대체제가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폰의 설정 메뉴는 데이터의 누적 사용량만을 보여주므로, 사용자가 매달 초에 초기화를 해 주지 않으면 해당 달의 데이터 사용량을 따로 확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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