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vs 이베이 (옥션, 지마켓)

옥션과 지마켓을 보유하여, 국내 오픈마켓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이베이와 네이버가 싸움이 붙었다. 기사에 따르면, 이베이는 네이버가 운영하는 지식 쇼핑에서 자사 상품 DB 삭제를 요청했으며, 이는 국내 포털 1위로부터 유입되는 상당한 양의 사용자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왜 그랬을까?

알려진 사실을 바탕으로 대략적인 사건의 전개를 추리해보면,

  1. 네이버는 원래 오픈마켓에 진출할 생각이 없었다. 네이버는 꾸준히 이에 대한 의견을 밝혀왔는데, 이는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닌, 지극히 현실적인 판단의 결과라고 생각된다. 국내 오픈마켓은 이미 성장하는 시장이 아니었고, 옥션과 지마켓이라는 걸출한 경쟁자가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다. 또한 이런 경쟁자들은 네이버의 주요 광고주 (지식쇼핑 & 쇼핑캐스트)이기도 하다. 

    따라서 네이버는 무리하게 오픈마켓에 도전하기 보다는 체크아웃 기능(2009년 9월)을 도입하여, 중소형 쇼핑몰을 키우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오픈마켓에 집중되어 있는 국내 온라인 쇼핑몰 생태계를 바꾸려는 시도와, “쇼핑구매이력”이라는 매력적인 정보를 얻으려고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2. 2009년 4월 지마켓이 이베이에 인수되고, 2010년 4월, 이베이는 국내에서 어바웃(http://www.about.co.kr) 이라는 가격비교사이트를 오픈한다. 이미 시장에는 네이버의 지식쇼핑, 에누리, BB, 다나와와 같은 다양한 가격비교 사이트가 있었음에도, about이 위협적인 이유는, 사실상 국내 최저가 상품의 대부분을 가지고 있는 옥션과 지마켓이 직접 운영하는 가격비교 사이트이기 때문일 것이다.

    • 대부분의 가격비교 사이트(네이버 포함)는 직접적인 상품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고, 사용자를 중계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사용자가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쇼핑몰을 방문하여 구매를 할 경우, 매출의 일부를 수수료로 챙긴다. 옥션과 지마켓은 대부분의 최저가 상품은 자기네 사이트에 있음에도, 사용자를 모아준다는 이유만으로 매출의 1~2%를 수수료로 내어주는 것이 꽤나 아까웠을 것이다.

    • 그래서 직접 가격비교 사이트를 만들었고, 옥션과 지마켓의 힘을 바탕으로 about을 단순한 가격비교 사이트가 아닌 쇼핑포털로 키워가기 시작했다.

  3. about의 성장에 네이버는 위협을 느낀다. 옥션과 지마켓이 직접 운영하는 about의 장점은

    • 쇼핑 검색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물건을 사고자 하는 사람이 검색어를 입력했을 때, 가장 만족도 높은 검색 결과를 주기 위해서는, 상품들의 판매횟수, 판매자의 신용 등급, 구매자의 만족도와 같은 정보가 필수적이다. 일반적인 가격비교사이트는 이 정보를 알 수 없지만, about은 알 수 있다.

    •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검색을 통해 상품을 찾는 것이, 쇼핑몰에서 직접 상품을 클릭하는 것보다 더 저렴한 경우가 있다. 이는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사람들을 끌기 위한 전술인데, 예를 들어 쇼핑몰에서 가격비교 사이트에 매출의 2%를 수수료로 주기로 했다면, 1%는 가격비교 사이트가 가지고, 나머지 1%는 구매자에게 할인을 해 주도록 계약할 수 있다. 사람들이 쇼핑몰에서 직접 구매를 하기 보다는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구매하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옥션과 지마켓 입장에서는 어차피 2%가 수수료로 나갈 바에는 about을 통해 접근할 경우, 아예 구매자에게 2%를 할인해주는 전략을 펼 수 있다. 생각해보자. 동일한 상품을 검색하는데,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1%가 할인되고, about에서 검색하면 2%가 할인된다면, 누가 네이버를 쓸까?

  4. 그래서 결국 네이버는 오픈마켓에 대한 기존 입장을 뒤집고 직접 오픈마켓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까지가 현재 밝혀진 사실들에 근거한 추론이며,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 과연 네이버는 쇼핑에서도 검색 지존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about이 쇼핑 검색의 새로운 강자로 나타날 것인가.. 조금 더 지켜보도록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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