햅틱폰의 작명 센스

바야흐로 햅틱폰이 뜨고 있다. 요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삼성전자는 라이벌, 아니 한수 아래로 취급하던 LG전자에게 핸드폰의 새 트렌드로 여겨지는 터치폰 시장에서 밀리더니, 이번에는 준비를 단단히 하고 나왔나 보다. TV는 물론이고, 잡지, 신문, 웹사이트, 비싸기로 소문난 네이버 첫 화면 광고까지 햅틱폰이 장식하고 있다.


어머~ 지현누님~~♡

TV광고에서 삼성이 밀고 있는 문구는 바로 "터치폰 다음은?? 햅틱폰!" 이다. 항간에서는 햅폰, 햄틱폰 등등.. 라고도 불리던데, 그래도 나름 햅틱스에 발을 담궜던 사람(은근슬쩍 논문 링크_ㅋㅋ)으로써 한 마디 적어볼까 한다.

많은 사람들이 생소한 단어일텐데, Haptic은 그리스어인 haptesthai에서 나온 말이다. 사실 그렇게 오래된 용어는 아니고, 20세기 초반에 심리학자들이 촉각에 관해 연구하면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용어이다. 굳이 한국말로 번역하자면, Haptic은 '촉각의' 정도가 되고, Haptics는 '촉각'이라는 명사가 된다.

여기서 잠깐. 그럼 touch란 다른게 뭔대? 라는 의문이 생긴다. 보통 Haptics라 하면, Computer Haptics, Machine Haptics, Human Haptics로 나뉘는데.. 흠흠; 별로 재미없는 이야기이니 넘어가고, 보통 "Kinesthetic sense"와 "Tactile sense"를 합친 개념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Kinesthetic sense란 근육이나 관절을 통해 느껴지는 감각을 말한다. 누군가 내 팔을 움직일 때 팔을 통해 느껴지는 촉각이 바로 Kinesthetic sense이다. Tactile sense란 피부를 통해 느껴지는 감각인데, 모래를 만지거나, 흙을 만질 때 느낌이 바로 이 Tactile sense이다.

이제 구분이 되는가? 자, 그럼 보통 핸드폰이 주는 촉각은 kinesthetic과 tactile 중에 어느 쪽일까? 핸드폰에 가제트 팔이라도 달려서 내 근육을 자극 시켜준다면 모를까, 대부분은 피부를 통해 느껴지는 tactile 감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 삼성의 햅틱폰은 보통 휴대폰과는 다르게 kinesthetic 감각을 포함했을까? 물론 아니다. 누군가 햅틱폰으로 아령을 하지 않는 이상 햅틱폰도 결국, 터치패드를 만지는 손가락과 폰을 쥐고 있는 손바닥을 통한 tactile 감각밖에 전달하지 못한다. 즉, 햅틱폰도 냉정히 말해서 기존의 폰과 비슷한 수준의 촉각밖에 전달하지 못한다. (물론 종류는 다양해졌다 ^^)

그리고 애시당초 터치폰 다음은 햅틱폰? 이라는 문구도 조금 억지스럽다. 사실 Haptic이라는 말 자체가 sense of touch를 뜻하므로, touch나 haptic이나 거기서 거기다. 넓게보면 보면 touch나 haptics나 유의어라고 볼 수 있다. 음성폰 다음은? 영상폰은 말이 되지만, 촉각폰 다음은? 만지기폰!은 왠지 모르게 어색하지 않은가?!

잠시 광고 한 편 보시고..


광고에서 말하는 것처럼, mp3 -> 카메라 -> 영상통화 -> 터치 수준의 변화가 터치 -> 햅틱으로 가는 과정에서 일어났다고 보기에는 어휘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무리가 있다.

카메라폰 다음은? 디카폰 이정도 수준의 변화라고 보면 맞을 것 같다. 기존의 카메라폰에 비해 기능도 많아지고, 화소도 올라갔을 지언정, 디카폰이 카메라폰에 비해 새로운 개념이 더 들어간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삼성의 낚시 (^^)에 기대를 걸어 본다. 프라다폰이 처음 나왔을 때 LG는 휴대폰에 haptic interface를 추가했다고 광고를 했다. 하지만, 그 실상은 사용자가 패드를 만졌을 때 핸드폰을 진동하게 함으로써, 사용자가 핸드폰을 터치했다고 인식할 수 있게끔 해 주는 수준이었다. 10여년 전부터 있어왔던 진동 모터가 들어간 게임 패드에 비해 사실 딱히 나아졌다고 볼 수 없다.

현재 기술에서 핸드폰은 핸드폰 안에 포함되는 진동 모터 말고는 딱히 촉각을 전달할만한 수단이 없다. 그런데 진동 모터래 봐야, 진동의 주기, 강도 외에는 조절할 parameter가 없는데다, 사람의 촉각은 시각, 미각 과는 달리 굉장히 둔감하기 때문에, 사람이 불쾌함을 느끼지 않는 범위내에서 사용자가 구별할 수 있는 진동의 종류가 많지 않고, 이로 인해 tactile sense 중에서도 제한적인 촉각밖에 구현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 폰은 이번에 22가지의 다른 haptic effect를 구현했다고 하니 우선 칭찬부터 해 주자 ^^

우리는 TV, 영화, 연극, 게임 등을 통해 시각과 청각이 풍부한 엔터테인먼트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이 미각, 후각, 촉각인데, 그래도 엔터테인먼트에 가장 가까운 감각은 촉각이다. 빛에서 RGB라는 기본 요소를 찾아내어 다양한 시각을 표현하는 장치가 만들어졌듯이, 촉각을 연구하는 haptics 분야에서도 하루 빨리 촉각의 RGB를 찾아서, haptics가 대중화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핸드폰에 모래 사진이 있을 땐, 까끌까끌한 느낌을, 여자친구 사진이 있으면 부드러운 피부의 촉감을, 총격신이 포함된 동영상을 볼 때는, 강한 타격감을 전달하는 핸드폰. 생각만 해도 흥미 진진하지 않은가 ^^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