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데쟈뷰

안녕하세요. 이제 입사 5개월차에 들어서는 새내기 사원 이채현입니다. ㅋㅋ

밖에서는 촛불을 들다가 백 명 넘게 구속되는 팍팍한 세상임에도, 회사에서 퇴근해 보니 12시가 넘어 있어서 참여는 못하고 있는 그런 사회 구성원입니다.

일주일 동안 인화원에 교육을 받으러 가느라, 일이 밀린 것도 있었지만, 사실 내심 미뤄도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생각보다 priority가 높은 일이어서 급히 밤 늦게까지 뚝딱 뚝딱 작업을 해서 보고자료를 만들었습니다.

보고자료를 만들면서- 있었던 에피소드입니다. 저희가 개발한 A라는 솔루션이 있고, 저 멀리리 바다 건너 실리콘밸리에서 개발되고 있는 B라는 솔루션이 있습니다. 저의 사수님께서 이런 솔루션이 있다는 정보를 주셨고, 또 새로운 걸 좋아하는 제가 메일을 보내서 정보를 얻고, 실제로 써 보니 꽤 괜찮아서, 직접 미국에 전화까지 걸어서 이것 저것 물어보기 까지 했습니다.

마침 그들이 전화로 밝힌 방식은 저희가 생각하던 차세대 솔루션과 비슷한 방식이었고, 전 동네방네 자랑을 하고 다닙니다. 이런 멋진 솔루션이 있다고~~ 소문의 진원지가 저라는 확신은 없으나, 제가 잘못된 정보 출처 중 한 곳이라는 점은 인정하는 바입니다. 그런데 일이 점점 커지더니, 전사에 이런게 있다더라~ 라는 소문이 나게 되었고, 상무님께서 CEO께 보고까지 하셨다는 풍문까지 돌았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마침 다른 업체를 방문하느라 한국을 들린 실리콘밸리의 벤처 VP가 우리회사 미팅에서 하는 말 : "우린 그 방식이 아니고 이런 방식인데?" 완전 낭풰 -_- (이래서 전화 영어가 어렵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뭔가 확실하지 않은 건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어찌어찌 하다 보니 우리 팀은 차세대 솔루션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에 와 버렸고, 현재 한창 프로젝트 준비가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자기가 뿌린 씨앗은 자기가 거둬야 된다고.. CEO께서 외산 솔루션의 장단점을 조사해 보라는 코멘트를 저희 팀장님께 남기셨고, 저의 사수 과장님을 거쳐 저에게 order가 떨어졌습니다. 인화원에 교육 들어가기 전에 토요일 주말근무라는 투혼을 발휘하여 허접한 자료를 만들어 놓고 떠났건만.. 아쉽게도 팀장님을 만족시키지 못해 오늘 다시 만들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직 우리의 A솔루션과 외산 B솔루션 중 무엇이 나은 방식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습니다. 물론 기술적으로는 B 방식이 더 우월한 방식이고, 향후에 우리도 그렇게 나아가는게 더 맞다고 생각하지만, 여러가지 Risk를 생각할 때 선뜻 A를 버리고 B를 따라가는 것이 맞는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B솔루션의 경우, 치명적인 몇 가지 고객 pain point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팀장님의 카운터 펀치 : "만약 우리가 B방식이 맞다는 결론을 내면, 향후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한다."

맞습니다. 괜히 나섰다가, 과제 하나 더 떠 맡게 되는 불행한 사태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물론 새로운걸 한다는 건 항상 흥미로운 일이지만, 우리에겐 이미 차세대 솔루션이라는 거대한 암벽이 있습니다. 설사 우리가 맡지 않고, 다른 팀에서 진행을 한다고 하더라도, 향후 과제가 진행되어 결과가 좋지 못했을 때, 거기에 대한 책임은 분명 우리에게 돌아오겠지요.

그래서 저도 아직 확신은 없지만, B방식 보다는 이러이러한 이유 때문에 A방식이 더 낫다고 판단됨이라는 결론을 보고 자료에 적었습니다. 회사 생활 5개월만에 이런 걸 깨닫게 되는군요. 수습하지 못할 일은 벌이지말아라.. 라는. ㅋㅋ

그런데 향후, 외산 B솔루션 방식이 전 세계에서 대박이 나거나, 국내 돈 많은 경쟁사에서 B솔루션을 들여와 히트를 치게 되면, 이런 behind story를 모르는 신입사원은 "그 당시에 왜 그런 선택을 하였나요? 당연히 B방식이 더 efficient한 거 아닌가요?" 라며 뭔가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선배들을 바라볼지도 모릅니다. 마치 지난 5개월간의 저처럼 말입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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