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언론이 말하지 않는 경제 위기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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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발견한 물건이다. 비록 후반부에 갈수록 내용의 강도가 약해지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책이다. 저자는 독일 증권거래소에서 근무하면서 쌓은 금융에 대한 지식과 각종 경제 현상에 대한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을 책에서 설명한다.

예를 들어, 책 265 쪽에 보면, 한때는 사람들이 인생의 특별한 사건들을 기다리며 즐거워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현대에는 그저 ‘중요한’ 일정에서 다음 ‘중요한’ 일정으로 쫓아다니기 바쁜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나도 예전에는 생일을 기다리고, 크리스마스를 손꼽아 기다리며 살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무심해 지기 시작했다. 나는 막연히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했지만, 저자는 이러한 현상 역시도 현재의 경제 시스템때문이라고 해석한다.

무언가를 깊이 있게 향유하기 보다는, 더 많이, 더 빨리 소비하는 것만이 강조되고, 다른 가치들은 잊혀지는 문제. 이렇게 광적인 소비의 원인이 바로 이자와 복리 위에 세워진 경제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복리효과로 돈을 버는 시스템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늘 돈을 빌려서 계속 이자를 내야 한다. 즉, 늘 돈을 꿔서 새로운 물건들을 사는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라는 것. 그럴듯한가?

이처럼 이 책에 나오는 내용 대부분은 직관에 의한 추론과 직접적인 근거가 아닌, 간접적인 근거를 제시한다는 한계를 지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을수록 저자의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만약 ~~ 라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 한 현상들이 설명이 되지 않는가” 하는 식의 설명이 많기 때문에, 이 책 하나만 읽고, 진리로 받아들이는 우를 범해서는 곤란하지만, 기존 금융/사회 현상 대한 저자의 창의적인 해석은 충분히 배워볼 만 하다.

책 제목과는 다르게, 2008년에 불어 닥친 미국 발 금융위기에 국한되지 않고, 전반적인 금융시장에 대해 다룬다.

  • 날마다 넘쳐나는 정보들 속에서 신속히 반응하기도 벅찬 저널리스트들은 뭔가를 직접 세세하게 확인하고 조사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 까닭에 저널리스트들은 로비 목적의 분석자료를 고맙게 받아 들고는, 그것이 마치 보편 타당한 진리인 것처럼 온 세상에 퍼뜨린다. 그런 일은 특히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저널리스트가 이 ‘로비 보고서’를 읽고 깊은 공감을 느낄 때 보다 쉽게 이루어진다. 22p.

  • 1928년에 발행된 1달러 지폐에는 이렇게 써 있다.

        “은워런트. 이것은 1은달러 주화가 미국 재무부에 공탁되어 있고, 이것을 제시하는 자에게 지급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1953년 발행된 지폐에 쓰인 문구는 이보다 단순하다.

        “미국은 이것을 제시하는 자에게 1달러를 지급한다.”

    이미 더 이상 모든 지폐에 공탁이 보증되지 않았던 것이다. 오늘날 US달러 지폐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 하나만 써 있다. 69p.

        “우리가 믿는 하느님 안에서 (In God we trust)”

  • US달러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오늘날까지도 유지되는 것은 한 영리한 결단에서 비롯된다. 여러 분석자료에 의하면, 1972년/1973년에, 그러니깐 브레턴우즈 통화협약의 붕괴와 금본위제의 포기 후,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와 비밀리에 협상하여 합의를 도출했다고 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전 세계적으로 오직 US달러 결제에 대해서만 석유를 판매한다. 그에 대해 미국은 외부의 적들로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왕가를 군사적으로 보호하고, 자국 내에서의 왕권 강화를 도와준다.” 이러한 주장에 대한 어떤 공식적인 언급도 없지만, 그런 식으로 일이 진행되었음을 암시하는 것들이 많다. 71p.

  • 게다가 자국에서 발생하는 구멍을 메우기 위해서도 은행과 투자자들은 외국에 투자한 돈을 급히 도로 회수해야만 한다. 그것이 바로 ‘본국송환’이라는 것이며, 먼 이국에 투자되었던 자본을 도로 거둬들이는 것을 뜻한다. 그 경우 해당국들에는 크나큰 재앙이 아닐 수 없다. 특히나 외국인투자가 경제의 주요 버팀목인 나라들에서는 순식간에 주식시장의 붕괴가 일어난다. 129p.

  • 우리는 특히 2007년 주식시장에서 희한한 규칙성을 발견하였다. 미국에서 유난히 주가가 크게 하락한 날이면, 늘 정확히 거래마감 한 시간 전에 마치 마른하늘의 소나기처럼 갑자기 대규모 ‘사자세’가 미국 선물시장에 나타나 상황을 반전시키곤 했던 것이다. 152p. 증시붕괴방지팀 Plunge Protection Team (PPT)

  • 예를 들어 유럽의 세탁기 가격에는 환경보호 부담금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세탁기 가격이 더 비쌀 수 밖에 없지만, 그것은 옳은 일이다. 그리고 그 밖에도 실직보장금이, 유치원 부지매입비와 심지어 어린이 노동 금지 부담금이 들어가 있다. 이에 반해 아시아의 세탁기에는 이런 것들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아시아산 세탁기를 사면 앞서 말한 가치들이 모두 배제된 기계덩어리 하나를 구입하는 것과 같을 뿐이다. 3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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