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가 위법일까?
- 생각정리
- 2010. 9. 13.
어제 MC몽에 대해 글을 쓴 뒤 꼬리를 무는 생각들을 좀 더 정리해봤다.
일단 기사를 하나 보자.
고난도 춤으로 어깨 탈구 병역 기피 비보이 또 적발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2005∼2009년 병무청 신체검사를 1주∼2개월 앞두고 거꾸로 서서 허공에 뜬 다리로 기교를 부리는 ‘카포에라’ 등의 춤 동작을 매일 2∼3시간씩 반복했다. 현역이 아닌 공익근무요원 판정(4급)을 받기 위해서였다. ‘10㎏ 스피커 들기’, 아령을 들어올렸다가 어깨에 힘을 뺀 채 팔을 떨어뜨리는 ‘아령치기’ 방법도 병행했다.
국민일보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5&aid=0000426523
병역을 면제 받기 위해 비보이들이 신체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춤 연습을 반복하여 실제로 면제를 받거나, 등급을 낮췄다. 물론 인과관계를 이렇게 써 놓으니 당연히 불법으로 보이기는 한데, 시각을 달리 해 보자.
세계 최고의 춤꾼이 자신의 실력을 한층 높이기 위해 너무 무리하게 연습을 하다 그만 부상을 당해 군대를 가지 못했다.
순서만 바뀌었을 뿐인데, 사뭇 느낌이 다르다. 전자는 병역 비리 범법자의 냄새가 나지만, 후자는 최고의 기량을 위해 자신의 몸마저 아끼지 않는 장인 정신 마저 느껴진다.
그럼 도대체 차이는 무엇인가? 무엇이 전자와 후자에 대한 극과 극의 시선을 갖게 하는가? 일단 법원의 판단 기준은 “의도된 행동”인 것으로 보인다. 병역 기피를 위해 의도적으로 신체를 훼손했다면 불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명백한 정황 증거가 있지 않는 한, 이 의도라는 것이 참으로 애매한 기준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번에 적발된 비보이들처럼 단기간에 단체로 저지르면 쉽게 들통이 나지만, 어떤 스포츠 선수가 정말 꾸준히 자신의 실력 향상을 위해 군대를 미루고, 연습에 연습을 계속 하다가 부상을 당한 경우, 이 경우를 의도된 행동이라고 볼 수 있을까? 당사자의 마음에 군대를 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1%라도 있었는지는 사실 본인이 아니고서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런 경우는, 위 기사와 같이 명백한 정황 증거가 드러나지 않는 한, 군 면제를 위한 부상이라고 비판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 신체 검사를 받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면제 등급을 받는 게 그리 호락호락 하지는 않다. 정말 이런 신체로는 2년 동안의 정상적인 군 생활이 힘들다 싶을 때에 주는 것이 군 면제이다. 2년 동안의 군 생활이 힘들 정도로 신체가 안 좋은데, 앞으로의 삶은 수월할까?
어찌 보면, 2년 동안의 빡센 군생활을 피하고자, 남은 평생을 불편하게 사는 것인데, 정말 고의로 그런 선택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자, 그럼 다시 MC몽 이야기로 돌아가서.. 어느 기사에서 본 MC몽의 치아 치료에 대해 가장 그럴듯한 해석은,
“정상적인 치아를 발치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부분은 시술을 하는 의사나 환자 모두에게 리스크가 너무 크다.) 하지만, MC몽이 고의로 치아가 상할 때 까지 내버려뒀을 수는 있다”
만약 위 논거가 사실이라는 전제하에, MC몽은 불법을 저지른 것인가? 아니면 합법적인 군 면제인가? 참 어려운 문제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합법적인 군 면제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2년 동안의 공백이 두려워 자신의 치아 중 절반 가까이를 날려 버린 그는 분명 시간이 지난 후에 지금보다 더 후회할 날이 올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