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진짜 나는 가수다 제작진
- Diary
- 2011. 3. 21.
처음에 나는 가수다 1회가 방송되고, 이 멋진 가수들 사이에서 누가 떨어지는 것일까?? 정말 흥미진진하게 다음 무대를 기대하고 있던 때, 어디선가 ‘7등한 가수가 불복해서 편집하고, 다시 했다더라’ 라는 루머를 들었었다. 아니 도대체 무대를 보고 간 사람이 몇 명이며, 참가한 스텝이 몇 명이고, 가수들 사이의 최소한의 자존심이 있는데,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문을 퍼뜨렸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오늘 나는 가수다 3회를 보고. 정말 콘서트에 온듯한 최고의 무대. 원래 최고의 가수들이 ‘서바이벌’이라는 형식 덕분에 평소 이상의 실력을 내는 무대를 보며, 정말 만족스러웠다.
모든 공연이 끝나고, 500명의 청중 평가단이 투표를 하고, 그 결과를 PD가 발표했다.
7위 김건모.
어차피 문화적 콘텐츠는 상대적일 수 밖에 없다. 발라드가 좋은가, 힙합이 좋은가를 따질 수 없듯이, 어느 레벨 이상의 가수들을 대상으로 누가 더 “잘” 하는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음을 내는 사람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박자를 잘 맞추는 사람이 우리나라 최고의 가수가 아니지 않은가!)
그러므로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에서 탈락한다는 의미를 그 가수가 ‘못’해서 떨어졌다기 보다는, 무작위로 배정된 미션곡과 가수와의 궁합, 공연 당일 가수의 컨디션, 그리고 준비성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맞고, 그렇게 분위기를 끌어 갔어야 했다.
실제 모든 가수들은 맡은 곡들을 잘 소화해 내었고,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다들 잘했다. 그러면 아무래도 누가 더 열심히 준비했나를 보게 된다. 실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준 (그리고 무대 준비를 가장 열심히 한 것처럼 보인) 윤도현에게 1등이 돌아갔고, 그 못지 않게 열심히 준비하고,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준 김범수도 좋은 평가를 받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7등을 한 김건모가 못했다기 보다는, 딱 자기 실력만큼만 보여준 무대와, 다른 가수들이 노력으로 준비한 플러스 알파 퍼포먼스 대신에, 정말 딱 10분 정도 준비한 듯한 개그 퍼포먼스가 역효과를 발휘한 것이 문제였으리라.
그런데 김영희 PD는 7위를 발표하며, “의외의 결과”, “마지막 이벤트가 문제였던 것 같다” 라고 불필요한 코멘트를 하더니, 다른 가수들이 동요하자, 잠깐의 제작진 회의를 거친 뒤, 다른 참가 가수들이 동의를 하고, 탈락한 가수가 원한다면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어이 없는 결론을 내려 버리고 만다.
어이 없는 결정의 빌미를 제공하고, 실제 기획 의도를 완전히 틀어버린 나는 가수다 책임자 김영희 PD
도대체 제작진이 예상했던 탈락자를 누구이길래, “의외의 결과”라는 소리를 하는 것이고, 누가 떨어졌어도,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었음에도 (슈퍼스타K2에서도 탈락자가 발생할 때 마다 참가자 대부분이 울었다), 그 상황을 컨트롤 하지 못했는가. 게다가 애당초 제작진의 불필요한 코멘트로 시작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대한 부담을 참가 가수들에게 떠 넘기는 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인가.
기획 의도도 좋았고, 정말 부르기 어려운 가수들을 섭외한 김영희 PD에게는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김영희PD의 한계는 딱 거기까지 인 듯 하다. 이제는 그냥 현장 지휘는 후배에게 물려주시고, 큰 그림을 그리는 위치로 가시는 게 어떠신지요.
한 줄 평 : 윤도현 밴드 축하해요! 김건모씨~ 좀 더 노력해주세요. 당신이 훨씬 더 잘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리고 김영희 PD 및 제작진은 반성 좀 하세요.
ps) 방송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과 예의를 갖추지 못한 이소라씨는 그냥 서바이벌 미션에서는 하차를 시키던가, 아니면 적절히 편집 좀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