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카셰어링 시즌2 티볼리 후기

제로쏘카 시즌2에 추가로(?)로 당첨되어서 티볼리 차량을 잘 사용하고 있다. 쏘카란 10분 단위로 차가 필요할 때 마다 근처에 있는 쏘카존에서 차량을 빌릴 수 있는 공유경제 서비스이다.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서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들은 어차피 대부분의 시간 동안 차를 세워놓으니, 차를 소유하지 말고 필요할 때마다 차를 빌리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아이디어이다. 반대로 차를 소유했다면, 당신이 차를 사용하지 않을 때, 그 시간에 차가 필요한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수익을 얻으라는 멋진 아이디어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개인이 차를 빌려주고 돈을 받는 것은 불법이라 이 모델은 현재 불가능하다.

그래서 쏘카가 내놓은 아이디어는 제로카셰어링. 쏘카가 차를 구매하고, 쏘카 차주에게 장기렌트 형식으로 차를 빌려주고, 월 사용료를 받는다. 단, 쏘카 차주가 차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쏘카 플랫폼을 이용해 쏘카 이용자들에게 차를 빌려주고, 이때 발생한 수익을 쏘카와 차주가 나눠갖는 모델이다.

 지난 10월에 인수한 티볼리 차량 (정말 새 차를 준다!)

10월에 차를 받아 2주 정도 운영해 본 짧은 경험을 적어 보면..

1. 아직은 시스템이 많이 어설프다. 시즌1에서 진행한 아반떼에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걸로 아는데, 처음 진행한 쌍용차의 티볼리는 여러 가지 문제가 많이 발생했다. 가장 기본적인 앱을 통한 차량 문열림 제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쏘카 이용자가 차량을 예약하고도 차를 탈 수가 없는 상황까지 종종 발생했을 정도이다.

2. 생각보다 셰어링 수익은 크지 않다. 쏘카 이용자가 낸 금액의 40%를 셰어링 해 준다고 홍보하지만, 일단 쏘카에서 프로모션용으로 이용자에게 제공한 쿠폰과 크레딧을 제외한 금액에서 다시 부가세 10%를 뺀 금액을 기준으로 40%를 정산을 하다 보니,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이용 요금과는 꽤 차이가 있다. 실제로 진행 해 보면, 평일 낮에는 대충 시간 당 600원 정도 수익이 잡히는 정도.

실제 쏘카 셰어링 수익 내역

3. 생각보다 신경이 쓰인다. 셰어링이 끝날 때 마다 차량 내부 청소 / 차 외관 확인을 해야 하는 게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는데, 이게 은근 신경이 쓰인다. 가끔은 시간 당 600원을 벌자고 내가 이 짓(?)을 해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4. 쏘카의 순수한 프로모션 비용을 제로카 차주가 온전히 부담하는 경우도 생긴다. 사실 50% 할인 쿠폰! 이런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이해도 한다. 쏘카와 제로카 차주가 같이 비용을 부담해서 단기 차량 대여 시장 자체를 키우고는 거라고, 처음부터 쏘카에서 안내도 했고, 차주도 알고 계약한 부분이다. 그런데 이번에 쏘카가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제로카 차주들에게는 사전 통보 없이 (정확히는 당일 앱 공지사항에 등록하긴 했다) 주행요금 60원을 인하했다.


등록된 당일(!)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주행 요금 할인이벤트 공지사항

제로카 차주 입장에서는 (주유비 전체 – 쏘카 이용자가 낸 km 당 주행요금)을 부담해야 하는데, 쏘카 이용자의 주행요금을 깎으면, 결국 쏘카 차주가 쏘카 이용자의 할인된 주행 요금을 온전히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어차피 이런 부분도 프로모션의 일환이니 쏘카와 차주가 반반 부담하자고 하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이건 뭐.. ㅠ.ㅠ

5. 그 외에도 조금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의외로 소통이 없다. 별도로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온라인/모바일 창구도 없고, 오로지 평일 업무 시간에만 고객센터와 통화만 가능할 뿐이다. 그나마 통화를 해서 이런 저런 개선점을 이야기 해도, 상담원은 미안해는 하지만, 결국 반영되는 것은 별로 없는 느낌? 내가 제로쏘카 담당자라면, 물론 온갖 진상 차주들과의 키워드 배틀은 조금 걱정스럽겠지만, 네이버 카페라도 하나 만들어서, 답변도 좀 달아주고, 이러이러한 문제는 어찌어찌 개선을 시도 해 보겠다, 저러저러한 문제는 현재 상황상 반영이 힘드니 양해 해 달라.. 이런 식으로 소통을 하겠다. 결국 제로 쏘카 차주들이야 말로 쏘카의 거대한 공유 경제 실험에 참가한 또 다른 고객이고, 이런 공유경제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사람들 아닐까?

한정된 자원과 법적 규제 속에서 차량 공유 경제 시장을 열기 위해 과감한 실험을 진행하는 쏘카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거대한 실험이 성공하길 빈다. 그리고 저한테도 운 좋게 실험에 참여할 기회를 주시고, 차까지 빌려주셔서 항상 감사한 마음이 있다. (물론 월 차량비용은 내고 있지만, 아직은 효용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은 돈을 내고 사용하는 베타테스트의 느낌이 좀 더 강한데, 하루빨리 더 발전된 제로 쏘카가 되기를 기원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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