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에 대한 생각

오늘 또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천안함 구조 작업에 참여 중이던 해군특수전(UDT) 요원이신 고 한주호 준위님께서 수중 작업 도중 실신하여, 순직하셨다는 소식이다.

해군 특수전 부대 경력만 35년인 베테랑 한준위님께서 수중 작업에 대한 위험성을 몰랐을리는 없고, 혹시라도 물속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후배 병사들을 위해 다소 무리한 구조 작업을 강행하다 화를 당하신게 아닐까. 기사를 찾아 보았다.

 

머니투데이 <"지금 이순간이 생애 마지막 순간일 수도…">
해군본부 조용신 대위는 "실종자들의 생존가능시간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판단 하에 목숨을 걸고 실종자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장병들이 연일 계속되는 고된 작업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불평불만 하나 없이 잘 따라줘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더딘수색 시간만 속절없이 가고 그래도 포기는 없다… 목숨 건 실종자 찾기>
40m가 넘으면 잠수요원들이 맨몸으로 들어가기에는 무리다. 보통 우주복 같이 생긴 헬멧 잠수장비를 착용하고 진입한다. 하지만 군은 장비를 준비하는 데 3∼4일이 걸리기 때문에 안전규정을 어기는 무리를 하면서 잠수요원들을 투입하고 있다. 송 중령은 “잠수시간은 최대 15분, 작업 가능시간은 약 7∼8분”이라고 말했다. 수심이 깊기 때문에 해수면에 올라오기 전 중간쯤에서 압력에 적응한 뒤 올라오는 시간까지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잠수병 위험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숨진 UDT 대원도 선체에 진입하기 위해 한계시간을 넘기면서 사투를 벌이다 희생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침몰함 구조 UDT요원 1명 순직..선체진입 못해>
이에 이 준장은 "모든 것이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구조교범 순서대로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지만 기상이 나쁘기 때문에 작업을 진행하다가 중지하다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YTN  <"실종자 구조, 안전이 가장 중요">
"이 헬멧잠수를 준비하는 기간이 함정과 다이버 기간이 3~4일이 소요됩니다. 그렇게 되면 3~4일 동안은 다른 작업이 진행이 안되기 때문에 잠수사들이 안전규정을 위배하고 감수하고 잠수에 돌입하고 있고요."
40m 이상 심해에 들어갈 때는 낮은 수온에 견딜 수 있는 의복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갖춰야 합니다.

 

프레시안 <"잠수요원 안전 당부에 합참 "한계치 넘어도 위험 무릅쓰고…">
이 자리에서 김 의장은 "수색 작업이 이뤄지는 수심은 45m인데 이는 스킨 다이버가 내려갈 수 있는 한계점을 넘는다고 한다. 오랫동안 작업할 수 있는 포화 잠수를 왜 동시에 진행하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합참 관계자는 "생존자 수색이 끝난 다음 배를 인양할 때는 당연히 포화 잠수를 쓰는데, 포화 잠수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준비에만 2~3일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처럼 급박한 상황에서는 잠수의 한계치가 넘더라도 위험을 무릅쓰고 스킨 다이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단편적인 기사들에서 정보를 조합해 보면, 현재 상황이 급박하기 때문에, 안전 규정을 무시하고 구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미국이나 일본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면 어땠을까. 그들도 급박함을 이유로, 안전 규정을 어기면서 작업을 했을까? 아마도 원칙을 중시하는 그들 사회에서는 이럴 때 일수록 더욱 안전 규정을 준수하며, 구조 작업을 진행하지 않았을까 싶다. 혹시 있을지 모를, 2차 3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만약 내가 구조 작업을 총괄하는 책임자였다면 어땠을까. 구조 작업을 벌이는 요원들의 안전을 위해 “원칙”을 지키면서 작업을 했을까? 그러다 10~20분의 차이로 30~40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면? 구조 요원들이 “약간의” 위험만 무릎쓰면 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약간의” 정도는 누가 정할 수 있을까?

정말 어려운 문제이다. 이래서 리더는 힘들다.

마지막으로 누구 보다 용감하셨던 고 한준호 준위님의 명복을 빈다.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말로만 유감을 표명하실 게 아니라, 고인이 되신 한준위님의 유족들의 삶이 불편함이 없도록 최대한 배려를 해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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