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는 왜 깨끗할까?

며칠 전에 봤던 이찬진님 트위터 내용에 대한 반론을 적어볼까 한다.

http://twitter.com/chanjin/status/20310958507

 

트위터는 익명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트위터는 이메일만 있으면 가입이 가능하다) 자신의 아바타를 키우는 공간이기 때문에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이찬진님의 주장. 과연 그럴까?

개인적으로 정부의 인터넷 실명제에는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실명제 따위가 없어도 인터넷은 깨끗하다!” 라는 근거로 트위터는 좀 아니지 않을까 한다.

트위터가 상대적으로 깨끗해 보이는 이유는 트위터 고유의 시스템에 기인한다. 트위터는 기본적으로 follow 시스템으로 운영되며, 나는 내 글과, 내가 follow 하는 사람의 글과, 내가 follow 하는 사람들이 추천한 (retweet)한 글들을 볼 수 있다. 반대로 내가 follow하지 않는 사람의 글은, 기본적으로 나의 페이지에서 보이지 않는다.

트위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보면 복잡한 로직이겠지만, 쉽게 말해서, 내가 악플러를 follow하지 않는 한, 악플러가 질러 놓은 악플은 나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기존의 인터넷 게시판/댓글 문화에서는 악플러가 악플을 달면, 그 글을 읽던 사람들과 원글을 쓴 사람은 악플에 노출 되게 된다. 여기서 몇 사람이 흥분하면, 또 다른 의미 없는 싸움으로 번지고, 악플러는 희열을 느낀다. 즉, 내가 쓴 “악플”을 누군가가 볼 것이라는 확신과, 그리고 그에 대한 반응을 기대하며 악플을 다는 것이 악플러의 심리일 것이다.

하지만, 트위터 시스템 하에서는 내가 아무리 상대방에게 그 사람을 향해, 혹은 그 사람 글에 대한 답글로 악플을 달더라도, 그 악플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나와, 나를 follow하는 사람들 밖에 없다.

트위터 시스템 하에서 “많은 사람들이 봐주길 바라는” 악플러의 심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좋은 트윗을 많이 하거나, 기존의 나의 인맥 관계를 이용하여, 먼저 나의 follower를 늘려야 한다.

악플 한 번 달기 위해서 평소에 의미있는 트윗을 열심히 날린다거나, 기존의 인간관계를 파탄낼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설마 그런 골수 변태가 있더라도, unfollow한 번이면 앞으로 영원히 그 사람을 무시할 수 있다.

이처럼, 트위터는 기존 인터넷 문화과는 다른 그 고유한 시스템상의 특색으로 인해 악플러가 존재할래야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비슷한 개념의 서비스인 미투데이에서는 기본적으로 내 글에 대한 “댓글” 달기가 열려있고, 여전히 악플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좋은 반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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