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팀에서 한 분이 퇴사하시는 걸 알게 되었다. 퇴사 후 가게 되는 곳을 들으니 더 충격. 예전엔 그곳에서 우리 회사 오려고 난리였었다는데, 이제는 반대의 상황이 온건가.
요즘 들어서 알게 모르게 회사에서 사람들이 한 두 명씩 자리를 옮긴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우리 센터에서도 나가는 분이 생길 줄 몰랐다. 무엇이 문제인걸까.
표면적으로야 복지 축소, 임금 동결, 인센티브 축소 등등의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무엇보다도, “직원을 위하는 마음”이 없어졌다는 것과, “새로운 것에 대한 비전”의 부재가 큰 부분이 아닐까 싶다.
딱히 복지라고 뭉뚱그려서 말하기는 그런데, 예전에는 회사가 뛰어난 직원들이 창의적인 환경에서 다른 고민 없이 최대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데 관심을 기울였다면, 요즘에는 (기본적으로 일하기 싫어하는) 개발자들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물론 여기에는 다른 IT기업들에서 정말 말도 안 되는 노동강도를 겪고, 우리회사로 이직한 일부 인력들이 이 회사는 소위 “일하기 편한 곳”이라는 인식하에, 적당히 편하게 회사를 다닌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정말 열정에 불타 올랐던 개발자들의 열정마저 꺼트린다는데 문제가 있다.
예전에는 ‘오~ 회사가 이런 거 까지 챙겨주네. 내가 더 열심히 일해야지’ 라며 스스로 불타올랐던 조금은 순진한 개발자들에게 이런저런 이유로 점점 현실을 깨닫게 해주니, ‘여기도 결국 똑같네. 이런 대접 받을 바에야, 딱 할 일만 하자’라는 마인드로 돌아서게끔 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 아닐까.
나중에는 돈을 들이고도 만들기 힘든, 개발자들이 스스로를 열심히 일하게 만들었던 기업 문화를 회사 스스로 없애버리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이건 단순히 비용절감 차원의 문제가 아닌데. 옆 동네 G사가 이런 저런 방법을 통해 초기의 기업 문화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참 대비가 된다.
또한,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기존에 성공했던 인터넷 서비스들 대부분이 기본에 충실했던 서비스들 이었다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에 앞서, 기존에 하던 거나 완벽하게 잘해라” 라고 하는 회사 최고 경영진의 마인드가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를 즐기는 창의적인 인재들을 몰아 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난 아직 우리회사가 좋고, 환경도 맘에 들고 배울 것도 많아 행복하지만, 정말 계속 이대로라면 앞으로 몇 년 안에 진짜 위기가 올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