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쉬어매드니스를 보고

연극 쉬어매드니스의 한 장면. 출처

일요일에 요즘 우울해하는 여친을 위해서 연극을 보고 왔다. 인터파크 랭킹에 있던 연극 중에서 심각함 보다는 웃음을 주며, 관람평이 괜찮은 작품을 골랐는데, 이미 관람한 뉴보잉보잉과, 라이어를 제외하고 나니, 쉬어매드니스라는 작품이 남았다. 코믹추리극이라는 독특한 장르가 흥미로워 보여서 얼른 표를 예매했다.

총 러닝타임이 두 시간 정도 되었는데, 초반 한 시간은 솔직히 재미가 없다. 간간히 유머가 들어가기는 하지만, 차후에 벌어질 추리 시간을 위해 이것저것 복선을 깔고, 사건을 전개하느라 정신이 없다. 솔직히 코믹극이라기 보다는 말 그대로 한 편의 사건이 전개되는 걸 지켜 보는 느낌이랄까?

한바탕 웃으려고 왔는데, 이건 뭐야 라고 투덜거릴 즈음에 사건의 전개가 끝나고, 본격적인 추리의 시간이 시작된다. 여기서부터 연극이 본격적으로 재미있어지는데, 연극 앞부분의 한 시간은 뒷부분을 위한 지루한 사전 작업이라는 느낌마저 받았다.

연극 뒷부분에서 배우들은 관객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사건을 재구성하고, 실마리를 찾고, 범인을 추적해 나간다. 흥미로운 점은 진짜로 관객에게 추리를 시킨다는 점이다. 앞선 한 시간 동안의 사건 전개 과정에서 어떤 어떤 배우가 이러저러한 행동을 했기 때문에, 의심스럽지 않느냐는 날카로운 추리를 관객이 던지면, 실제 해당 배우가 자신의 행동을 변명 하거나, 형사 역의 배우가 해당 물증을 확인하는 식이다.

연극이 꽤 오랫동안 진행되었던 덕에 이미 웬만한 아이디어들은 다 나왔었나 보다. 실제 배우들은 큰 어려움 없이 관객들의 추리에 대응해 나간다. 뭐 물론 가끔 애드립이 나오거나, 무대 뒤에서 급히 증거를 만들어서 가져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D

이런저런 추리의 과정을 지켜보고, 배우들의 반응을 살피며, 범인을 추리해 나가는 연극의 뒷부분은 앞부분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몰입도가 높다. 하지만, 관객들의 이런 다양한(!) 추리들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어찌 보면 산만하고, 정말 별 개연성도 없고, 큰 유머도 없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사건 전개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는 건 이 연극의 단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앞부분을 견디면 즐거운 추리 과정에 참여할 수 있으니, 관심 있는 분은 한 번 관람해 보시라~

인터파크에서 예매하기 

지금까지 본 연극 순위 : 뉴보잉보잉(짧은 후기) >>>>> 쉬어매드니스 > 라이어2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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