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직강

오랜만에 quality가 높은 발표를 들었더니 눈과 귀가 행복해 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좋은 발표의 요건이 어떤 문구로 정리하느냐 보다는 얼마나 좋은 그림을 고르느냐의 문제로 수렴하고 있는데, 적어도 academic한 발표에서는 의표를 찌르는 그림 한 컷보다는 핵심을 찌르는 문구와 이 문구의 이해를 돕는 도표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요즈음에 들은 발표들은 대부분 시간 때우고 나오기 일쑤였는데, 오늘 들은 발표는 논문을 직접 쓴 교수님이 발표를 해 주셔서 인지, 무엇이 핵심인지 명확히 하고, 거기에 대한 백그라운드를 풍성하게 설명해주셔서 너무 좋았다. 난 지금까지 minhash라는게 그냥 random하게 permuation을 해서 젤 작은 값을 고른다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기법이 locality sensitive hashing이랑 연결이 되고, distance 관계를 유지하면서 dimension을 줄인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나중에 시간이 나면 좀 더 공부해서 자세히 써 봐야지.

오늘 다시금 느낀 건데, 해당 분야를 잘 아는 사람은 발표를 할 때는 핵심만 설명하고, 복잡하지만 별로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과감히 skip할 줄 아는 반면에, 하수는 ‘내가 이 내용을 빼 먹으면 사람들이 날 쉽게 생각하지 않을까?’라는 불필요한 고민을 하면서 자신이 소화하지도 못한 내용을 “함께 논의해보자”라는 명목으로 발표자료에 막 집어 넣는 경우가 많은 거 같다. (이러면 100% 발표는 산으로 간다)

혹은, 내가 얼마나 고생해서 이 어려운 걸 이해했는지 알아달라- 라는 느낌으로 발표 자료를 만드는 사람도 있는데, 준비하는 사람한테 어려웠으면 듣는 사람한테도 어렵다. 그걸 쉽게 풀어서 설명할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 발표 내용을 어려운 내용 위주로 꾸려서 듣는 사람을 압도하는 변태적 취향이 없다면, 듣는 사람이 무엇을 궁금해할까에 맞춰서 발표 수준을 조정하는 센스를 발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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