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 촛불집회를 다녀와서

감기 기운 때문에 몸 상태는 메롱메롱이었지만, 그래도 이번 토요일이 마지막이라기에 잠시 다녀왔다. 조국 장관에 대해서는 의외로 내 주변에서도 의견이 꽤 다양한데, 백번 양보하여 조국 장관에 법무부 장관의 역할을 수행하기에 부적합(지금까지 나온 사실을 바탕으로 생각해 보면, 나는 부적합이라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 너무나 이상했다.

처음에는 언론에서 부족한 팩트에 근거해서, 혹은 "상상력"에 근거해서 부정확한 의혹 기사를 쓰고, 야당은 의혹이 있으니 장관이 되면 안 된다고 떠들고, 검찰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제기된 의혹이 많다며, 청문회 전에 압수수색을 시작하더니, 조국 장관이 임명된 이후에도, 조국 장관과 주변을 이 잡듯이 뒤지고 있다. "비리 행위"에 대한 수사를 하기보다는, "사람과 그 주변"에서 뭐라고 하나 나오라는 듯이. 그렇게 수사를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검찰이 수사한 사실과 검찰이 쓰고 싶어 하는 스토리를 섞어서 언론에 흘렸고, 대부분의 언론은 이에 대한 검증 없이 그대로 (일부 언론은 오히려 이를 확대 재생산하여) 기사로 썼다. 애초에 반론은 관심 밖이었고, 향후 사실관계가 바로 잡히더라도, 이에 대해 정정해 주는 언론은 거의 없었다. 언론이 왜 그랬는지는 아직도 잘 이해가 안 되지만, 대부분의 언론이 반 조국 연대에 동참한 상황에서 '아무리 봐도 이 상황은 비정상인데' 싶었지만, 딱히 내 의견을 대변해 주는 언론은 없었고 (그나마 김어준의 뉴스공장 정도) 그래서 촛불 집회로 나갔다. 그리고 정말 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주말 저녁에 나온 것을 보고는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구나. 이 상황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많았구나라고 느끼며 "집회에 힘을 보태러 갔다가 도리어 힘을 받고 왔다"라는 누군가의 페이스북 코멘트에 대단히 공감하며 집회를 즐기다 왔다. 

검찰과 언론, 그리고 야당은 왜 이렇게 주말 저녁에 사람들이 검찰 주변에 많이 모여서 목소리를 내며 검찰 개혁을 외쳤을까를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물론 그들은 딱히 변할 게 없을 것 같아 걱정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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