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예전엔

의사가 되고 싶었다. 딱히 이유가 있었다기 보단, 돈을 많이 벌고 사회적으로 인정 받는 직업이였으니까. 왜 공대를 왔을까. 생각해 보면 정말 웃기는 일이다. 난 중, 고등학교 생활기록부 장래희망란은 항상 변호사 아니면 의사였다. 고등학교 땐 한의사였던가. 하여간 그랬다.

고2때 친구가 쓴다기에 나도 원서를 냈고, 덜컥 붙어 버린게 문제였다. 솔직히 밝히자만, 그때 진짜 면접 못 봤다. 왜 붙여줬을까. 그냥 그때 떨어졌으면 마음 독하게 먹고, 수능봐서 치의대 갔을텐데. 정작 나한테 바람 넣고, 우리나라 자동차를 바꿔보겠다면 카이스트 기계과로 갔던 내 친구넘은 군대를 갔다 오더니 바이오 뭐시기 학과를 갔댄다. 알게 모르게 이넘도 의학대학원을 생각했던 모양이다. 어떻게 됐을까. 궁금하네. 나중에 전화나 해 봐야겠다.

공대에 가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 수재들만 모인다던데. 가서 잘 할 수 있을까. 중간도 못 하면, 괜히 바보 되는거 아닌가. 1학년 1학기 때 중간 정도 했던 거 같다. 고민 끝에 아빠한테 말씀을 드렸다. 나도 수능 공부 해 보면 안되냐고. 아빠는 이왕 갔으면 끝을 보라신다. 가서 일등 하라고. 거기서 일등하면 의사하는 거 보다 더 잘 될 수 있다고. 그래서 나도 한 번 더 도전해 보기로 했다. 한 번 더 해 보고 안되면 다시 고민해 보자고.

그리곤 일학년 가을학기. 진짜 밥 먹고 공부만 열심히 했다. 동아리도 안 하고, 축제도 안 즐기고, 삶에서 공부가 1순위였던 거 같다. 그러고 진짜 일등했다. 하면 된다는 생각이 드니 자신감도 좀 생기고, 이길로 쭉 나가도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씨. 그때 일등을 안 했어야 되는건데. 그때 좀 더 용기있게 때려쳤어야 되는건데 -_-; 인생에서 항상 후회되는 부분이다. 클클클

사실 '의사'라는 타이틀보다는 나는 남들한테 인정받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의사 가운을 입고 있으면, 다들 '아.. 저 사람은 공부 꽤나 했겠구나. 똑똑하겠구나.' 이렇게 생각하니까. 이 얼마나 단순한 욕구인가. 나도 잘 몰랐는데, 요즘 계속 생각해보니 내가 은근 명예욕이 있는 것 같다. 풋

자- 그럼 공대를 나와서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실력? 실력은 뭘로 보이나. 그 사람이랑 일해보지 않으면 그 사람 실력을 어떻게 아는데. 난 딱 한눈에 누가 봐도 이 사람은 대단한 사람이다라고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정말 실력이 좋으면 이 사람 일 잘한다는 소문은 나겠지만. 이 사람이 세계 최고다라고 인정받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기에는 결과물이 필요하다.

대학원 때 보니깐 SIGGRAPH라는 거나한 학회에 논문 한 편 실으면 그래도 꽤나 인정받는 거 같던데. 지금 내 상황에서 저걸 노리는 건 무리다. 그리고 국제 학회 논문 한 편이래봐야 학계에서야 인정받지, 일반 사람들이 알아주는 건 아니다. 어떤 결과물이 필요할까. 이 사람이 "세계 최고"라고 인정받을 수 있는 무언가. 거기에 내 정열을 쏟아부을 수 있는 무언가를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쓰다보니 간만에 *-_-* 너무 솔직해졌다. 아 부끄럽네 // 그래서 이 글은 타임머신을 타고 열흘을 돌아가서 4/2에 쓴 걸로 하자.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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