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paper)란 보통, 한 그룹에서 자신들이 한 연구를 동료 그룹에게, 좀 더 크게 보면 전체 인류에게 “나 이런 거 했어” 라고 자랑을 하거나, 우리 이런 삽질 했으니깐 다음에 너네 할 땐 이런 건 피해가 라고 알려주는 일종의 보고서라고 볼 수 있다.
연구 그룹이나 저자가 우리가 이거 하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너네도 한 번 당해 봐라.. 라는 마음으로 쓰지 않는 한, 보통 논문은 친절하게 지금까지 관련된 연구 내용을 소개하고, background 설명하고, 자신들이 무엇을 했는지 자세히 적고, 거기에 대한 결과를 논하며, 마지막으로 앞으로 무엇을 더 하면 좋을지를 적는다. 거기다 친절히 요약까지 적어주니, 관련 연구자 대부분은 이해할 수 있고, 알아 들을 만 하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관련 연구자의 입장이고, 그 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쓰는 용어들이나 background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읽으면 아무리 익숙한 언어라도 “이게 뭔가 –ㅅ-“ 하게 되기 마련.
요 며칠 crawler trap 관련 논문을 읽으면서 내가 느꼈던 감정이다. ㅋㅋ 사실 내가 생각하기에 학사와 석사는 큰 차이가 없지만 (2년 동안 더 삽질한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나마 큰 차이라고 볼 수 있는 게 이 “논문 읽기”가 아닐까 한다. 물론 그냥 읽는 다는 게 아니고, “읽고 이해하는 능력” 이랄까. 제대로 된 석사라면, 학위 과정 동안 자기 분야와 관련된 논문을 몇 편 읽기 마련이고, 처음 관련 논문을 읽었을 때의 좌절감은 솔직히 다들 말은 안 하지만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을 거다. 분명 영어들이 다 해석은 되는데,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구문들 하며.. 저자는 “이건 당연한 거니깐 넘어가자” 라는 데 난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theorem들..
거기에 좌절하면 지는 거고, 그래도 저자도 사람이고 나도 사람이니 두 번 세 번 읽다 보면 처음엔 도무지 이해가 안됐던 논문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처음 읽을 때 ??? 덩어리였던 구문들이 “아.. 이래서 이런 거구나” 라고 이해가 될 때는 쾌감마저 느껴진다.
그리고 어제 밤. 난 논문을 읽으면서 승리의 쾌감을 느꼈다. –_-;
쌩뚱맞은 결론: 논문읽기 어렵다고 포기 하지 말고, 안 되면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까지 읽자. 그래도 안 되면 저자 탓을 하며 논문을 던져 버려도 좋다.
나도 필 받은 김에, 예전에 읽다 포기했던 vision 관련 논문들 다시 읽어볼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