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P군

오래간만에 P군을 만났다. P군은 나랑 중학교 동창인데, 똑똑하지만 약간 어리버리한 그런 이미지였다. 시험을 치면 항상 점수는 좋았는데, 음악, 체육, 가정-_- 등등의 실기 점수가 낮아서 아슬아슬하게 내가 일등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내 전적으로 내 기억이니 100% 확신은 없다. ㅋㅋ)

2000년도에 울산이 고교 평준화가 되면서 이넘도 피해를 봤는데, P군은 울산 시외에 위치해 있던 당시 기피 대상 1호인 H고등학교에 진학을 하게 되었다. 처음 시행되었던 평준화에서 집에서 가까운 고등학교를 보내주겠다던 울산 교육청은 아무도 H고등학교를 지원을 안 하자 그냥 시내에 있던 중학교에서 학생들을 무작위로 뽑아서 보내버렸다. 당시에 학부모님들이 시위도 하고 그랬는데, 뭐 어쩌겠는가. 배정되면 가야지.

그래서 나와 다른 고등학교에 진학한 P군 소식을 종종 H고등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에게 듣곤 했는데, H고등학교에서 부동의 1등을 차지하더랜다. 더군다나 P군의 유일한 약점인 실기 점수가 안 들어가는 모의고사에서는 더욱 펄펄 날았다고 하는데.. 어쨌거나 그렇게 간간히 소식이 들리던 P군은 아니나 다를까, 수능에서 울산 인문계 수석을 차지하고 당당히 서울대 법대로 진학하였다.

그 뒤로 다시 소식을 들을 기회가 없었는데, 지난 달인가. 갑자기 msn에 로그인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언제 msn에 등록을 했었지?) 며칠 전에 사법시범 결과가 나온 걸 알고 있었기에 대뜸 "붙었나?" 라고 물었더니, "응" 이라고 대답한다. ㅋㅋ 간만에 온라인으로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다가, 나중에 서울에 가면 연락을 하기로 하고 창을 닫았다.

그래서 어제 연락이 되서 같이 점심을 먹으면서, 잡담을 나눴다. 사실 말은 안 했지만, 사시 1차는 두 번 봤었고, (난 한 번만에 붙은지 알았구만.ㅋㅋ), 자기 학회 사람들은 공부 보다는 노는 걸 좋아한다는 둥, 서울대 법대라서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막상 같이 붙어보니 완전히 못 이길 것 같은 사람은 별로 없다더라, 그런데도 시험을 보면 자기는 항상 자기 능력보다 잘 쳤다고 생각했는데, 자기 위에 몇 명 씩은 꼭 있더라.. 등등. 흥미로운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이제 연수원에서 열심히 해서 서울 지역에서 판사(연수원 등수별로 길이 나뉘는데, 성적이 제일 좋은 그룹이 판사, 그 중에서도 서울지역 판사가 가장 높다고 한다. 보통 서울 판사 > 지방 판사 > 로펌 > 검사 > 변호사 이런 순 이란다)를 하겠다는 P군의 포부를 들으니,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사시 2차 등수를 들었는데,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0-), 앞으로의 길이 상대적으로 뚜렷해 보이는 P군이 부럽기도 하고 그랬다.

중, 고등학교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이나, 25살에 꽤나 높은 등수로 사시를 패스한 P군의 현재 모습으로 볼 때, 사실 그가 판사가 되던, 아니면 로펌 변호사가 되던, 뭐든지 열심히 하고 잘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과연 나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 지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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