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을 위한 익명 커뮤니티에서 결혼을 앞둔 어떤 여자분이 고민 글을 올리셨다. 기억 나는 대로 요약 해 보면,

1. 결혼을 고민 중인 커플이 있음.

2. 여자 집은 그럭저럭 살고, 부모님이 해 주신 전셋집에서 생활하며, 현재 모은 돈은 6천 정도. 남자 집이 그리 넉넉하진 않지만, 남자가 모은 돈 + 남자 집에서 도와준 돈 해서 2억 정도를 결혼 자금으로 생각함

3. 여자는 2년 뒤에 7천짜리 차를 사는 것이 인생의 큰 목표이고, 이를 지속적으로 남친에게 얘기 왔음

4. 남친은 여자 부모님께 인사를 가기 전에 현재 경제 상황에서는 결혼 후, 7천짜리 차는 무리이니 포기하기를 요구함. 여자는 이해를 못함. 그리고 커뮤니티에 무엇이 문제인지 글을 올림.

5. 대부분의 댓글이 여자 분을 까는 (..) 글이었고, 여자 분은 억울했는지, 해명 글을 올렸으나, 여전히 별로 지지는 못 받던 중..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분이 핸드폰으로 댓글을 달았는데, 이 댓글이 나한테는 참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고, 찔리게 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서, 블로그에 따로 올려 본다. (핸드폰 댓글로 즉석에서 이렇게 쓸 수 있다는 것도 참 신기하다..)

언니가 어떻게 살았고 부모님이 어떤 집이고 그런 건 그닥 궁금하지도 않았지만 (사연 없는 가정사가 얼마나 있겠냐 만은) 읽고 나니 이해가 되기보다는 그렇게 돈 모으는 게 어렵단 걸 알았는데도 어떻게 이런 결정이 나오나 더 이해가 안되네... 나도 중학생 때부터 자그마하게 이것저것 팔아서 돈 벌었고 지금도 관심 많아서 부동산도 하지만 재테크 할수록 쓰는 건 관심이 사라지더라. 차 가격이 문제가 아냐
유지비나 그런걸 따지면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더라구.
직장인도 아니었을 때라 첫 천만 원 모으기가 정말 힘들었고 그 다음 1억 모으기도 힘들었지만 그걸로 자산을 불리니 그 후는 어렵지 않았어. 그래도 우리 집 아직 2천만 원짜리 작은 차로  잘살아. 물론 보상심리 같은 욕구는 누구나 있겠지만 아직 언니가 그걸 감당할 수준은 아닌 거 같아. 차라리 경험적으로 뭔가 내(+가족) 삶을 풍요롭게 해줄 거에 7천을 투자한다면 난 두 팔 벌려 환영할게.
그리고 계속 언니 글 보며 느낀 건데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보이려 애쓰고 난 이렇게 매 순간 노력하는 삶을 살면서 목표를 갖고 있는데 남친은 그런 날 인정해주지 않아서 속상해하는 거 같아. 근데 잘 생각해봐, 내가 갖고 싶고 꿈꾸는 건 내 꿈이지 그 사람 꿈은 아냐. 언니 인생 계획엔 본인 삶만 있지 다른 사람이 없어 보여. 그건 내가 그랬기에 공감도 가. 어렸을 때 철들고 성숙한 사람일수록 스스로에 자신감도 있고 본인은 목표지향적인 사람이라 생각하는데 그게 나아가면 목표 없는 사람을 은근히 무시하게 되고 내 목표에 다른 사람을 끼워 맞추게 되더라고. 난 이렇게 노력하는데 넌 왜 못해? 하고.
근데 시간이 지나 깨달았지만 그건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어. 사람이 결혼을 한다는 건 좋아하는 사람 옆에 붙어있는 게 전부가 아냐. 내 삶과 목표를 일정 부분 희생하면서라도 '둘 그 이상' 의 삶을 새로 그리고 꾸리는 게 결혼이야. 그 점에서 언니는 아직 결혼할 준비가 안된 게 맞아. 남자친구는 소통의 방식이 좋진 못할지언정 그걸 정확히 간파한 거고.

나 스스로를 아끼고 목표가 있는 건 좋지만 물질은 집이든 차든 뭐든 그건 어디까지나 수단일 뿐 그걸 갖는 거 자체가 목적인 삶은 너무 공허하지 않아? 어렵게 손에 넣은 그 물질을 함께 공유하고 그 수단으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삶을 처음부터 그릴 수 있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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