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부러진 화살을 보고

예전부터 궁금했던 점이 HR 사람들은 누가 평가하는가? 하는 점이었다. 물론 나 같은 팀원들이야 팀 목표에 align되어, 팀장님들이 평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팀장급 이상이 되면 목표 설정 자체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정치적인 팀장들은 상대적으로 쉬운 목표를 설정하고, 어려운 목표로 포장한다) 결국 정량적으로 성과를 파악하기 어려운 대부분의 부서의 경우, 결국 누군가 정성적인 판단을 해야 할 수 밖에 없고, 이때 HR 부서가 힘을 발휘한다. 문제는 HR 부서의 목표는 누가 정해주는가 하는 점이다. (이건 뭐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부러진 화살이라는 영화를 보고,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사법부 (특히나 판사, 검사)들이 피해자, 혹은 피의자가 되었을 때, 누가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줄 것인가? 사법고시 합격생들 대부분이 특정 대학에 편중되어 있고, 거기다 사법연수원이라는 곳에서 2년 동안 함께 고생을 하며, 알게모르게 그들만의 카르텔이 쌓인 상황에서, 과연 그들 사이에게 합리적인 법적 판단을 기대할 수 있을까?

피의자는 감히 사법부에 '테러'를 가했다고 의심되는 상황이고, 한 다리 건너면 아는 사이인 동료가 피해자인데다, 자신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윗사람들도 다들 한 마디씩 할텐데, 이런 상황에서 피의자와 피해자 사이에 공정한 재판을 기대한다? 누가봐도 무리인 상황아닌가?

영화는 영화일뿐, 픽션으로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사법부 구성원이 포함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적어도 현재와 같은 시스템에서 사법부가 단독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법적 판단을 내려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게 해 준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역할을 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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